진심이냐 허세냐…파나마 운하 반환 등 트럼프 도발 현실성은
기사 작성일 : 2024-12-23 17:00:58

2017년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state)가 돼라"고 하는 등 주변국을 연이어 도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을 찾아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펜타닐 등 마약류와 불법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지 못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에도 소셜미디어에 '캐나다의 미 연방 편입'과 관련한 글을 거듭 게재했다.

그는 이달 21∼22일에는 파나마와 덴마크에도 주권침해 성격이 짙은 도발적 발언을 쏟아냈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파나마 지협이 있는 파나마에는 돌연 "파나마 운하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주덴마크 미국 대사를 임명하면서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 캐나다가 미국 51번째 주가 될 가능성은 '희박'

이처럼 핵심 우방국들의 영토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마구잡이로 쏟아내자 해당국들에선 금융시장과 환율이 요동치는 등 심각한 혼란이 초래됐다.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발 '고율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둘러싼 분열상이 심화하면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사퇴하고 트뤼도 총리가 사퇴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캐나다의 미 연방 편입이나, 파나마 운하 반환, 그린란드 매입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영연방에 속한 캐나다는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을 명목상의 국가원수로 하는 입헌군주국이다.

그런 캐나다가 공화제를 채택한 미 연방에 가입하려면 우선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 하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던 그레고리 타르디는 현지 언론 토론토 스타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군주제에서 공화제 체제로 바꾸려면 왕의 지위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왕과 총독, 부총독 등의 지위'와 관련한 개헌은 캐나다 상원과 하원은 물론 모든 지방의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타르디는 "솔직히,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파나마 운하 탈환한다고?…"전쟁 치르지 않고서 불가능"

파나마 운하의 미국 반환 역시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미국은 1914년 파나마 운하를 완공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끈질긴 저항에 시달리다가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7년 파나마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1999년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 측에 완전히 반환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당선인은 21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파나마운하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에 중요한 국가 자산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의 징표'로 파나마 운하를 넘겨줬는데 파나마 측은 통행료를 징수하면서 미국 측에 바가지를 씌웠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전면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가 반환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9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단행했던 (파나마) 침공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에겐 1세기 전 지은 운하의 통제권을 회복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나마 측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대국민 화상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트럼프 노림수는…협상력 키우려는 '미치광이 전술' 관측

현실성이 희박한데도 트럼프 당선인이 이처럼 공격적인 수사를 사용한 진의는 핵심 공약인 '펜타닐·이민자 유입 차단'을 위한 조처를 해당국들에 강요하기 위한 지렛대를 마련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5%의 관세부과를 예고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파나마 지협을 관통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82㎞의 운하인 파나마 운하 역시 남미 대륙에서 출발한 이민자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으로 꼽힌다.


2021년 텍사스에서 검거돼 수용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남미발 불법이민자들의 행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불확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 최대 이익을 거두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술'을 꺼내 듦으로써 상대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국경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과 관련한 언급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이 운하를 양도한 건 파나마가 단독으로 이를 관리한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관리한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의 최대 이용국은 미국이고 두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파나마 운하 양끝단의 항만 두 곳은 홍콩 소재 회사가 운영 중이다.

그린란드 매입론은 현재로서는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일방적인 욕심 정도로 관측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주덴마크 미국 대사를 지명하면서 "전 세계 국가안보와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 및 통제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을 덮고 있던 얼음이 급격히 녹으면서 그린란드를 비롯한 북극권 일대에선 최근 수년간 자원 개발과 군사적 이용 등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벌이는 경쟁이 심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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