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톡] '예향.문화도시' 광주 클래식 공연장서 나온 아쉬움
기사 작성일 : 2024-12-27 12:01:15

공연장 가득 채운 광주시민들


[ 자료사진]

(광주= 여운창 기자 = 계엄과 탄핵의 소용돌이가 계속되는 삭막한 연말, 클래식 공연의 불모지와 같은 광주에 지난 26일 밤 단비 같은 콘서트가 열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ACC재단이 함께 마련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의 광주공연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만큼 ACC 예술극장 700여 좌석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정규 프로그램인 브람스와 프로코피에프의 곡에서는 음악감상을 흐리는 '악장 간 박수'나 연주가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 먼저 손뼉을 치는 '안다니 박수'도 일체 없는 연주자와 관객들이 하나된 공연을 연출했다.

앙코르 연주는 5곡이나 이어졌는데 잘 알려진 곡들로 선곡돼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도 끌어냈다.

환호 속에 리사이틀은 마무리됐지만 관객들의 얼굴에는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과는 다른 안타까움도 묻어나왔다.

공연장에서 만난 한 관객은 "광주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클래식 공연을 마주하는 기회가 너무 드물다"며 "서울 대구 부산을 보면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말 공연들이 쏟아지던데 광주는 ACC가 마련한 사라 장 연주회로 그나마 위로 받았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은 물론 대형 음악 콘서트에서 '광주 패싱'이 여전해 지역 음악 애호가들의 소외감이 깊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광주를 '찾아 준' 사라 장만 하더라도 2012년 12월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연 이후 10여년 만의 방문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방도시들도 국내외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이 연일 열리다시피 하지만 이들이 광주를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공연장 여건과 그들에 대한 대우 등 클래식 연주자 섭외 기반이 다른 곳들에 비해 광주가 열악하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공연장의 경우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재개관한 광주예술의전당은 음향이 과거만도 못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고, ACC 예술극장은 클래식 공연을 하기엔 원래부터 적절하지 않은 구조이며 클래식 전용공연장이었던 금호아트홀은 올해 문을 닫았다.

공연 섭외 업체들은 광주의 공연 인프라 열악함을 지적한다.

한 섭외 업체 관계자는 "광주는 유명 클래식 연주자를 제대로 소화할 공연장이 없다고 봐도 된다"며 "이러면 연주자들이 방문을 꺼리게 되고 그래도 공연을 유치하려면 비용이 더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공연 관람을 위해 타지를 방문하는 여행 문화도 형성된 만큼 문화 예술 인프라 확충을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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