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확인하는 윤갑근 변호사
김도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원의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 발부 관련 입장을 말하기 전 시계를 확인하고 있다. 2024.12.31
박재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권한 문제를 지적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한 데 이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을 청구하기로 하며 불복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법치주의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이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수사 피하기 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의 과정을 넘기면 또 다른 수단으로 대응하면서 이중 삼중 빗장을 거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31일 법원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공수처가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고위공직자범죄(직권남용) 범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의 논리에 대해서는 "꼬리를 가지고 몸통을 치려는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날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적시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가 내란 수사를 할 권한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일단 내려진 셈이다.
공수처, 출석불응 尹 '내란혐의' 체포영장 청구
윤동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의 모습. 2024.12.30
윤 대통령은 측은 영장 발부 이후에도 "수사를 피할 이유도 지연할 의도도 없다"며"적법한 수사권을 가진 기관에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절차에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과 공수처, 공조수사본부 등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취재진이 '적법한 수사권을 가진 기관은 어디인가'라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윤 대통령 측은 "그걸 우리가 제시할 수는 없다"며 즉답은 피했다.
수사 범위와 대상에 제한이 없는 경찰 수사에는 응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도 "(그런 상황을) 전제해서 대답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한 "모든 것은 적법절차에 따르고, 적법절차가 진행된다면 당당히 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따를 것인지 묻는 말에는 "영장 자체가 불법 무효"라며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체포영장과 발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초유의 대응'도 펼쳤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윤갑근 변호사
김도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원의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 발부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4.12.31
윤 대통령 측은 이런 대응 방식에 대해 "무너진 법치주의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와 법원의 판단에 연이어 불응·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 절차에 따라 그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변호하고 피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로서의 지식을 총동원해 '수사 지연 전략'을 펼치면서 여론전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현직 대통령에 대해 일정 조율도, 신변과 안전에 대한 협의 절차도 없었다"며 "권력자라고 특혜받는 게 아니라 권력자이기 때문에 피해 보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 요구 우편 등을 수신하지 않았고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했기에, 체포영장 발부까지 일정 조율이나 협의가 없었다는 윤 대통령 측의 비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역시 이날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십년간 검사로 일하며 수많은 수사를 해왔던 윤 대통령이 수사 기관과 법원을 부정하며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기관에 이를 소명하고, 재판을 통해 진위를 가리는 것이 온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