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강영훈 기자 = 여성의 집을 몰래 훔쳐보다 적발된 성범죄 전력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경찰이 체포하지 않고 조사한 뒤 귀가 조처해 논란이 된 가운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제3의 장소로 피신한 피해자가 "이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난 가해자가 위해를 가할까 우려해 아예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TV 캡처]

경기 평택경찰서는 주거침입 혐의로 40대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께 평택시의 아파트 1층 여성 B씨가 사는 집 안을 몰래 들여다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베란다 바깥쪽으로 올라간 뒤 이중창으로 된 창문 중 외창을 10㎝가량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한 의혹도 받는다.

A씨는 B씨가 "누구야"라고 외치면서 소리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다.

사건 당시 집 안에는 B씨와 어린 자녀들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30여분 만인 이튿날 0시 20분께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았다.

그런데 경찰은 A씨가 전자발찌 착용자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긴급체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이후 경찰은 뒤늦게 A씨가 과거 주거침입 성폭행 사건을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A씨를 임의동행한 이후여서 긴급체포하기에는 때가 늦었고, 기본적인 조사만을 진행한 뒤 귀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으로 인해 심야시간대 주거지 제한(0시~오전 5시)이 있는 A씨가 외출한 것을 확인한 보호관찰관들에게 A씨를 인계해 귀가 조처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성범죄 전력자인 A씨의 재범을 우려, 피해자인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다른 가족의 집에서 머물도록 했다.

사건 가해자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B씨는 A씨로 인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추가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B씨와 그 자녀들에 대한 보호 조치에도 최선으로 다할 방침이다.

A씨는 B씨의 집 안을 들여다본 것은 인정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려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나의 범행에) 앞서 또 다른 사람이 베란다에 올라가 B씨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서 내부에 무언가 있나 싶어 나도 집 안을 쳐다본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수일에 걸쳐 아파트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지만, 사건 현장 주변에 또 다른 사람이 오간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자 집 베란다 외창이 10㎝가량 열려있었는데, 이 역시 A씨의 소행인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