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장서 화재…5·18 최후항전지 사라질 뻔(종합2보)
기사 작성일 : 2025-01-04 17:00:29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현장서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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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회성 천정인 정다움 김혜인 기자 = 광주 5·18 민주화운동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5·18의 역사적 가치가 그대로 담긴 공간에 불에 타 소실될 뻔했던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오월 단체는 화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광주시는 화재 30여분 만에 시민들에게 뒤늦게 재난 문자를 보낸 빈축을 샀다.

◇ 인명피해 없었지만 5·18 최후항전지 사라질까 조마조마

4일 오전 8시 41분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장에 있던 작업자들은 불이 확산하기 전 대피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천장부 단열재가 타고 건물 내부가 그을리는 등 소방 추산 3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소방 당국은 20여분 만인 오전 9시 2분께 큰 불길을 잡았으며 용접 과정에서 불티가 번져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천장부 단열재가 타고 건물 내부가 그을리는 등 소방 추산 3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날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에서는 과거 리모델링 당시 설치한 철골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합동 감식을 통해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추진단)은 경찰국 본관 3층에 대한 복원 공사를 중단하고, 외부 업체를 통해 안전 진단을 추진한 뒤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건물의 구조상 문제는 현재까지 없어 보이지만, 지어진 지 오래돼 (안전) 진단하기로 했다"며 "원형 보존이라는 최우선의 원칙대로 공사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불에 탄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복원 공사 현장


(광주=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있는 옛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소실된 잔해물이 놓여 있다. 2025.1.4 [광주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소년이 온다' 배경인데…오월 단체 "유감"

불이 난 옛 전남도청 경찰국은 5·18 당시 시민군이 항쟁의 거점으로 삼은 곳으로, 최후 항전을 벌인 14명이 사망한 장소다.

특히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 중앙 계단실은 고등학생 시민군인 문재학·안종필 군이 숨진 채 발견된 곳으로, 문재학 열사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동호'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불이 난 경찰국을 비롯해 옛 전남도청 건물 6동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에 휩싸였고, 5·18 및 시민사회 단체가 수년간 벌인 투쟁 끝에 지난해부터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형 보존을 최우선으로 복원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역사적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오월 단체가 유감을 표명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 5·18 기념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5·18의 마지막 항쟁지이자 오월 정신이 깃든 역사적 성지에서 불이 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도청 복원은 단순한 복원 사업이 아니라 5·18 정신을 계승하고 후대에 전하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이 사고를 계기로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화 작업하는 소방 당국


(광주=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있는 옛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4 [광주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화재 발생 30여분 만에 재난 문자…"토요일이라 늦었다"는 식 해명도 문제

도심 한복판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아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지만, 광주시가 뒤늦게 재난 문제를 보내는 등 미흡하게 대응해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시는 화재 발생 30여분이 지난 오전 9시 13분에 시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로 화재 사실을 알렸다.

시는 '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 화재로 소방 현장 도착 화재 진압 중, 그 인근은 지나가는 차량은 우회해달라'고 문자에 적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화재 사실이 알려지고 오전 9시 1분께 큰 불길이 잡힌 시점에 문자를 뒤늦게 보낸 것이다.

문자 내용에 적힌 화재 장소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화재 진압 사실도 2시간이 지난 시간에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로 공지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면 구청에 재난 문자가 필요한지 확인하는데, 오늘 토요일이고 보니 조금 늦어졌다. 또 화재 당시는 제주항공 참사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시민들은 "무안공항 여객선 참사로 시민들이 민감해 있는데, 광주시가 소관 재난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 "재난이 평일, 휴일 구분해 발생하느냐"는 등 광주시의 대응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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