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소형공항] ③ 또 추진되는 8곳…"짓지만 말고 운영능력 검토해야"
기사 작성일 : 2025-01-05 07:01:10

김보경 임성호 홍규빈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현재 건설 중인 지방 중소공항 8곳에 대한 안정성과 사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 등 15개 공항이 운영되는 가운데 이번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지방 공항은 안전관리 역량이나 인력이 크게 부족해 무분별한 공항 설립이 향후 유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설립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빚고 있는 이들 공항의 효율성과 경제성, 안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개항 후 운영을 맡을 지방자치단체 등의 능력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공항에 착륙하는 제주항공 비행기


[ 자료사진]

◇ 가덕도·제주2 등 8곳 건설 중…2011년부터 논의 개시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건설을 위한 세부 사항이 논의 중인 지방 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총 8곳이다.

지역으로 보자면 인천서북 1곳, 부산·경남 1곳, 대구경북 2곳, 전북 1곳, 전남 1곳, 충남 1곳, 제주 1곳이다.

먼저 예상 수요 인원과 사업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2065년 여객 2천326만명, 화물 33만5천t이라는 수요 예측에 따라 총 13조7천억원이 투입된다. 2029년 12월 목표로 부산 강서구에서 문을 여는 공항은 현재 부지조성공사를 담당한 업체가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5조4천500억원을 들여 지어진다. 항공 여객 수요는 2055년 제주지역 전체 4천108만명이다. 현재 이 공항은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착수했고, 기본설계 용역 입찰 공고를 낸 상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대구와 경북 의성군에 건립되며 사업비는 2조5천768억원이다. 2060년 기준 여객 수요 1천226만명, 화물 수요 21만8천t을 예상하는 공항은 2030년 개항을 목표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군산공항 인근에 지어지는 새만금국제공항은 2058년 105만명의 여객 수요를 예측하고 8천77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이 공항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현재까지 진행됐다.

울릉공항은 2050년 111만명의 여객 수요 전망 아래 8천67억원을 들여 현재 에어 슬라이드를 구축 중이다. 2020년 11월 공사를 시작한 울릉공항은 다른 공항에 비해 공정 진행이 빨라 2027년 말 개항이 유력시된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할 흑산공항은 2050년 108만명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1천833억원 투입이 예정됐다. 2027년 문을 여는 것이 목표인 공항은 실시설계 추진 단계다.

백령도에 세워지는 백령공항은 항공여객수요 2059년 30만명을 예상하고 2030년 개항목표로 2천18억원을 들여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규모가 가장 작은 서산공항은 기존 공군 활주로를 활용해 사업비가 484억원으로 적다. 2028년 문을 여는 것이 목표로, 여객 수요 예상 인원은 2058년 45만명이다.

이들 공항은 이르면 2011년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가장 빠른 개항 시점은 오는 2027년이다.

또 3천m가 넘는 가덕도(3천500m), 제주2공항(3천200m)도 있지만 대다수는 길이 1천200m의 짧은 활주로를 갖출 전망이다.


신공항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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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의 때부터 사업성·환경파괴 문제 끊임없이 거론

지방 중소공항 8곳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등에 설립이 추진됐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사업성 문제가 거론되거나 조류서식지 파괴 등 환경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논란은 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거론되는 조류 충돌 등을 포함한 환경문제다.

먼저 가덕도 신공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이자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 하구에서 7㎞ 거리에 건설이 예정됐다.

아울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침엽수림과 활엽수림 파괴, 조류 서식공간 훼손 등이 지적됐다. 바다를 매립하고 활주로 표고 높이를 높일 때 대규모 토석이 필요해 오염 문제도 나왔다.

흑산공항은 일찍이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는데도 공항 부지 일부가 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2016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보류 결정을 받았다.

이에 신안군은 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하고 인근 갯벌을 대체 지정하는 대안을 제시해 결국 승인받았다.

철새도래지 지역에 만들어지는 제주2공항은 환경문제에 따른 갈등으로 첫 계획 발표부터 기본계획 고시까지 9년이 넘게 걸렸다. 백령공항도 철새 이동 경로에 따른 조류 충돌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된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무안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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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공항은 2023년 잼버리 행사 파행 여파로, 국토부가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적정성 연구용역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총 19개 개선 과제가 추가됐고, 국토부가 항공화물 수요를 재검토한 뒤 화물터미널의 적정 규모와 사업 기간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가장 많이 시공이 진행된 울릉공항은 자재 부족, 사고 여파로 준공시점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밀렸다.

대국경북통합신공항은 화물 터미널 위치를 둘러싸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재기획 연구용역에 따라 규모를 줄여 조사에서 제외됐다.


제주2공항 반대하는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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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경제 활성화 vs 정치 끼어든 선심사업…"운영능력 검토해야"

지방 중소공항 설립과 관련해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 수요를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효율성과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모두 제기된다.

과거 공항 설립에 참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와의 통화에서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낙후된 지역에다 공항을 유치해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취지가 잘 됐느냐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며 "결국 성공과 실패가 있을 수 있는데 인천공항은 성공이고, 무안공항은 실패라고 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도 "인구 증감과 관계없이 우리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싼 교통수단을 타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여객 수요가 커졌다"며 "울릉도 같은 경우 서울에서 지금 가려면 6∼7시간이 걸리지만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 걸린다. 그런 수요가 있다고 예상하고 추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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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0년을 내다봐야 할 공항 건설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무리하게 선심성 사업이 추진됐다는 비판도 크다.

한 공항 정책 전문가는 "현재 있는 공항 정도로 우리나라 면적 대비 충분하지 않으냐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 입장"이라며 "현재 인구 감소 상황을 고려하면 출국 수요나 항공 가용인력 면에서 추가 공항 설립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 운송이나 공항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는 짓고 싶을 것이고, 또 공항 설립은 지역 건설·토목 사업자에게 '달달한 당근'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면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립이 진행 중인 지방 공항들에 대한 효율성과 지속성, 안정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공항 건립 후 이를 관리할 지방자치단체 등의 운영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는 "모든 신축 공항에는 중앙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공항 설립 후에는 운영과 관리에 더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운영은 지자체의 몫인데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수 있다면 사업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초기 신축 단계부터 경제성이나 효율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진행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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