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전력·물 부족 우려에 데이터센터 투자 '문턱 높이기'
기사 작성일 : 2025-01-06 19:00:59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의 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2025.01.06[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 박진형 특파원 = 세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앞다퉈 동남아 투자 경쟁에 나선 가운데,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으로 꼽히는 말레이시아가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해 '문턱'을 높이고 있다.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물 부족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관련 대책을 갖춘 투자 제안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닉 나즈미 닉 아흐마드 말레이시아 천연자원·환경지속가능성부 장관은 정부가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더욱 선택적"으로 되고 있다고 이 매체에 밝혔다.

나즈미 장관은 "우리는 그저 아무 데이터센터나 원하지는 않으며 더 첨단적인 인공지능(AI)이나 다른 기술을 갖춘 데이터센터가 온다면 (허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엄청난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수자원·에너지자원이 많은 압박을 받게 됨에 따라 이런 자세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전력·물 조달에 웃돈을 줄 의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데이터는 21세기의 새로운 석유이므로 우리는 그 일부분이 되고 싶다"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말레이시아인을 위한 고소득 일자리 창출이나 지식 공유에 기여하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서둘러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특히 싱가포르와 국경을 접한 남부 조호르주는 최근 수년간 동남아 최대의 데이터센터 허브로 떠올랐다.

앞서 2019∼2022년 싱가포르가 전력·토지 부족 우려 때문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승인을 유보하자 싱가포르와 국경을 접하고 땅값이 저렴한 부지가 풍부한 조호르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몰렸다.

시장조사업체 백스텔에 따르면 조호르주에는 현재 22개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고 추가로 8개가 건설 중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이 지역의 전력·물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조호르주 정부는 지난해 6월 임시 위원회를 구성, 데이터센터 투자 신청을 심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까지 제출된 신청 14건 중 외국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낸 4건이 반려됐다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전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주로 해당 운영사들이 전력·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내놓지 않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일부 신청 건수는 적절한 공공 서비스 인프라가 없는 위치를 선택, 현지 물 공급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반려됐다고 덧붙였다.

조호르주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1년 초 10㎿에서 현재 약 1.3GW로 불어났으며, 2027년까지 2.7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호르주 정부는 전력·물 사용량 감축 노력 외에도 숙련 노동자를 위한 고임금 일자리 창출 여부 등을 기준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신청을 엄격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