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에 깔려 탈출 못해"…'사망 95명' 티베트 강진 현장
기사 작성일 : 2025-01-07 22:00:57

중국 티베트 강진으로 주택 무너져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베이징= 권숙희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의 북쪽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 7일 규모 7.1 강진이 덮쳐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중국 시짱(西藏) 티베트자치구의 르카쩌(日喀則·티베트명 시가체)시는 해발 약 4천500m에 위치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편임에도 인명피해가 다수 나왔다. 현재까지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당국의 구조·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지역은 과거부터 지진이 잦았으며, 이번 진원까지의 깊이가 10㎞로 얕은 것도 피해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전통가옥 등 현지 건물에는 내진설계가 거의 안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진


(AFP = 서울) 김영은 기자 = 7일 오전 중국 서부 네팔 국경 인근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 중국지진대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분(현지시간) 시짱자치구의 제2도시인 르카쩌시 딩르현(북위 28.50도·동경 87.45도)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이날 9시 5분께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 로부체(인구 8천700명)에서 북동쪽으로 93㎞ 떨어진 중국 지역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잔해 일일이 파헤치며 구조작업"…中관영매체 생중계로 본 구조현장

이날 지진은 티베트자치구의 성도인 라싸 다음으로 큰 르카쩌시의 딩르현 춰궈향 부근에서 발생했다.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강력한 진동이 마을을 휩쓴 시각은 오전 9시(현지 시간)가 막 넘어서였다.

전통가옥의 열악한 주거 공간에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거나 살림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등 평범한 하루를 준비하던 이들이 평일 아침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현재까지 피해 상황은 사망 95명, 부상 130명, 주택 수백 채 붕괴 등으로 집계됐다.

이날 중국중앙TV(CCTV)가 생중계를 통해 공개한 지진현장 구조영상을 보면 구조대원들은 무너진 건물의 철근과 부서진 벽체 등 잔해를 하나씩 들춰내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상황으로 미뤄 볼때 희생자들은 지진 직후 무너진 건물 잔해에 바로 깔리면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잔해 아래에서 구조된 이들이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 뒤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통곡하는 소리도 함께 전해졌다.

또 상가 건물 간판과 철골 구조물 등이 지진 충격으로 떨어지거나 튕겨져 나와 바닥에 나뒹구는 등 마을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참혹해 보였다.

도로가 일부 침하해 마을 접근로가 막히기도 하고, 강풍까지 부는 고원지대에서 구조대원들은 기초적인 안전장비만 갖춘 채 고군분투했다.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와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도 마트 내부가 흔들리면서 바닥으로 물건이 우수수 떨어지는 CCTV 녹화장면과 잔해 더미 위에 쓰러져 있는 염소 사진 등이 올라와 지진 피해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했다.

티베트 불교의 주요 거점인 르카쩌시 타쉬룬포 사원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타쉬룬포 사원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에 의해 정식으로 책봉된 판첸 라마가 수장으로 있다.

인접한 네팔과 인도에서도 흔들림은 감지됐으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관광객 안전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에베레스트산 관광지가 임시 폐쇄됐다. 에베레스트산은 통상 4월 봄까지 비수기이다.


중국 티베트 강진 구조현장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피해 지역서 진앙 가까워…허술하게 지어진 전통가옥, 지진에 취약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에베레스트산 북쪽 지역은 이전부터 지진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지진대망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은 티베트고원 라싸 지괴(地塊·육지 덩어리) 내부에 있고, 가장 가까운 단층은 11㎞ 떨어진 덩머춰단층이다.

이번 지진은 라싸 지괴의 신장형(extensional) 파열에 의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남북 방향으로 누르는 힘과 동서 방향으로 당기는 힘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는데 티베트고원 내부에서 남북·동서 방향과 각각 가까운 두 종류의 전형적인 단열이 있다고 한다. 이런 강력한 지각 변형 작용으로 라싸 지괴와 주변 단열대의 활동이 특히 강해지게 된다.

라싸 지괴는 1950년 이후 규모 6.0 이상 지진이 21차례나 발생했다.

2017년 11월 18일 규모 6.9 지진이 발생했으나 인구가 거의 없는 산악지대에서 발생해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진앙은 시짱 딩제현에서 34㎞, 딩르현에서 36㎞, 라무현에서 67㎞, 르카쩌시에서 167㎞ 떨어진 곳이다.

진앙 주변 5㎞ 범위 평균 해발 고도는 약 4천259m다. 진앙으로부터 5㎞ 범위 안에는 탕런촌·쉬주촌·가러궈지촌·메이둬촌·차지·라창·캉충 등 마을이 있고, 20㎞ 안에는 춰궈향과 취뤄향이 있다.

특히 진앙 주변 20㎞ 범위 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약 6천900명인데,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 보니 인구밀도에 비해 인명 피해 규모는 컸다.

또 허술한 자재로 지어진 티베트 전통 형식의 가옥들이 강한 진동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티베트 강진으로 건물 벽 붕괴


[중국 관영 CCTV 생중계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3.0 이상 여진 19차례…피해 규모 늘듯

중국 지진당국은 이번 강진 규모가 6.8이라고 발표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1,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규모 7.0이 관측됐다고 했다.

중국지진대망은 이날 오후 6시(현지 시간) 기준 여진은 총 150회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이중 규모 3.0 이상의 여진은 총 19차례였다.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국가지진비상대응단계를 2단계로, 재난구조 긴급대응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구조작업에는 소방대원을 포함한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 3천400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340명이 넘는 의료진이 투입됐다.

또 티베트자치구 당국은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1억3천만위안(약 25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오후 4시께는 중국 공군 Y-20 전략 수송기가 지진 구조 작업을 총괄하기 위한 지휘 인력을 태우고 딩르공항에 도착했다.

구조작업이 11시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서 어린이가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몰 이후 불어닥친 매서운 추위에 산소 부족으로 인한 고산병 가능성 등으로 구조작업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 지역의 향후 3일간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도에서 영하 14도까지 내려가는 등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력으로 인원 수색과 부상자 구조·처치를 해 최대한 사상자를 줄이고 2차 재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파괴적인 지진 소식에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기도를 드리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 독립을 위한 봉기를 주도했다가 실패한 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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