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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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와 관련한 국가 이익 확보를 위해 군사력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0일 취임 예정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장악을 위해 군사력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두 사안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나는 확언할 수 없다"며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발언은 대선 후 두 사안에 대한 공세적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파나마 운하 사용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1977년 협약을 거쳐 파나마에 넘긴 운하 운영권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표해온 그는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할 것이라면서 "그린란드가 우리나라의 일부가 된다면 그곳 사람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논쟁적 발언의 배경으로 두 사안이 미국의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파나마운하와 관련, 지난달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재임중 관할권 이양(미국→파나마) 협정을 체결한 것을 비판하면서 운하가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이 그곳을 누비고 다니도록 할 수 없다면서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및 미국 편입 의사가 투표로 확인될 경우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덴마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덴마크와 파나마의 주권이 결부된 문제에 대해 공세적 언사를 한 것이다.
특히 덴마크의 경우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집단적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동맹국에도 상황에 따라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나토 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공격받을 경우 그것을 전체 체결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하고 있고, 4조는 '동맹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때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트럼프의 발언은 나토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파나마는 헌법상 군대를 폐지한 나라다.
파나마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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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한계선)이 거의 없는 트럼프의 발언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13일 후면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발언의 무게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우선 자국 '앞마당'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공세적 주장과, 우크라이나전쟁 및 중동 전쟁에 대한 조기 종식 의지를 묶어 '트럼프식 확장주의와 고립주의의 결합'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있다.
유럽과 중동 같은 먼 지역에서의 분쟁에서는 발을 빼는 동시에 자국 앞마당에서는 공세적 확장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미국이 2차대전 참전 이전에 추구했던 대외정책 기조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기사에서 트럼프식 확장주의가 트럼프 당선인에 앞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를 썼던 우드로 윌슨(제28대 대통령·1913∼1921년 재임)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외교정책과 닮은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윌슨은 미국을 유럽에서 발생한 1차대전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며 '고립주의'를 표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집권 1기 때 개입주의 경향을 보였다고 WP는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은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이자 '세계의 경찰'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군사력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되, 미국 주변에서는 영토 관련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구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파나마운하, 그린란드 등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야심'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린란드의 경우 이미 집권 1기때 매입을 거론했다가 덴마크의 반대를 확인한 바 있다.
또 주권 존중 및 영토보전 원칙에 기반한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를 흔들 경우 미국이 러시아, 중국 등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로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SNS를 통해 중국 군인들이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날 회견에서도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측이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운하에 대한 중국의 '그림자'를 계속 거론하는 배경에는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이 파나마운하 운영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미리 단속을 해두려는 차원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그린란드도 트럼프 입장에서 미국령으로 만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계속 거론함으로써 '선점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자원 개발 경쟁과 북극권의 군사적 이용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을 반복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것일 수 있어 보인다.
그린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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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국방비 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 중 다수가 현재 2% 지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만든 것이 자신이라면서 집권 2기때는 현재의 배 이상으로 군비 지출을 늘리도록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GDP의 5% 국방비 지출'은 미국을 포함해 어떤 나토 회원국도 도달하지 못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5%'를 나토 탈퇴 문제와 연계해 관철하려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취임 후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대폭 확대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취임 이후 어느 시점엔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 대폭 증액 요구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현재 억류중인 미국인 포함 인질을 자신의 취임때까지 석방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전면적인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것은 하마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