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지 기자 = 최근 의류 브랜드들의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표기한 것과 달라 문제가 되자 패션 플랫폼과 의류업체들이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 소비자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플랫폼들이 한 번만 적발되어도 즉각 퇴점이나 판매 중지 조치를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 보다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침 기온 뚝, 쌀쌀한 서울
임화영 기자 = 쌀쌀한 날씨를 보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패딩을 입은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0.2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들은 패딩 충전재 문제나 가품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근 입점 패션사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W컨셉은 정기적으로 판매자 공지를 통해 혼용률을 포함한 정확한 상품정보가 표기될 수 있도록 브랜드사에 안내하고 있다.
캐시미어 머플러와 같은 겨울 핵심 상품군은 '시험성적서'를 받은 상품에 대해서만 신상품 등록이 가능하도록 관리 중이다.
제품에 대해 무작위로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혼용률 표기 오류가 확인된 경우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반품·환불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는 판매자 이용약관 12조 2항에 '상품 정보 표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상품 판매 제한, 서비스 이용 중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명기한 상태다.
같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할 경우 페널티 누적에 따라 퇴점 조처를 할 수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성분 표기 등 성분 관련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도 판매자 서비스 이용약관에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했다. 또 품질 등을 이유로 고객 신고가 들어왔을 시 환불과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의류업체들도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국내 대표 시험검사 기관인 피티(FITI), 카트리(KATRI), 코티티(KOTITI)를 통해 다운(솜털) 등 의류 소재의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운 제품의 경우 소재 납품 단계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조성 혼합률과 우모 혼합률 검사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조성 혼합률은 솜털과 깃털의 구성비를, 우모 혼합률은 거위 털과 오리 털의 혼합 비율을 말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만드는 모든 제품은 외부 인증기관의 품질검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F[093050]는 대규모 원자재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시까지 전 단계에 걸쳐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다운 제품은 시험 성적서를 확인하고 제품 수거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수시로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내부 조달팀을 통해 원·부자재 물량을 직접 확보한 뒤 필요한 만큼 생산업체에서 발주해 사용하고 있는 구조라 납품업체의 오기재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제품 출고 전 시험성적서를 별도로 제출받는다.
인템포무드 사과문
[인템포무드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국내 패션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는 덕 다운(오리 솜털) 아르틱 후드 패딩 등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져 오는 4월 1일부로 무신사와 29CM에서 퇴점한다.
문제가 된 상품은 상품 정보에 충전재로 솜털 80%를 사용했다고 기재했으나 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인템포무드, 페플, 굿라이프웍스, 디미트리블랙도 일부 다운 제품의 혼용률을 오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커지자 무신사는 지난 3일부터 겨울철 대표 의류 상품인 패딩과 코트류를 중심으로 소재 혼용률 광고의 진위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
조사 대상 상품군의 상세 정보를 수시로 점검하고 세 번 적발되면 퇴출하는 '삼진아웃'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랜드월드 후아유의 한 구스 다운(거위 솜털) 제품도 거위 털 80%를 충전재로 사용했다고 명기한 것과 달리 거위털 30%와 오리털 70%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랜드월드 측은 사과문에서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검수 절차를 추가해 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패션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일일이 모두 검수하기가 어려운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엄격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너무 많으니 일일이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여러 번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한번 걸렸을 때 판매 중지를 시키는 등의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신고센터를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