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하는데?"…트럼프 영토야욕, 러 '우크라전 주장' 빌미되나
기사 작성일 : 2025-01-10 13:01:02

2019년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마나 운하를 탐내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러시아의 '정당성 주장'에 빌미를 줄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남의 땅을 점령하려고 한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미국 편입 의지에 놀라긴 했지만, 이 사안이 어쩌면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언사와 관련해 약간은 방어적인 어조로 "알려진 대로 북극지역은 우리의 국익, 전략적 이익과 관련된 곳"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상황의 다소 극적인 전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스카이뉴스는 '전략적 영향권에 있는 지역'이라는 언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언급할 때 자주 사용하던 표현과 비슷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물러서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각심이 내포된 러시아의 이런 반응은 북극 지역의 경제적, 지정학적 중요도를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북극 해안선을 가진 러시아는 북극에서 석유와 가스를 얻고, 기후 변화로 열리기 시작한 북해 항로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국경이 취약해지자 소련 시대에 운용하던 낡은 군사기지 50곳 이상을 재가동하는 한편 레이더 시스템 업그레이드, 북해 함대 현대화에도 나선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이 북극 영토를 얻으려는 시도는 도발로 여겨질 수 있다.

한 러시아 의원은 이미 그린란드가 미국 전략 폭격기의 본거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 탄 전용기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에 도착하는 모습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런 우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대중적인 반응일 뿐이라고 스카이뉴스는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영토 야욕을 드러내더라도 그것이 실현될 게 아니라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뉴스는 이 문제로 나토 내부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더 중요하게는 이 사안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확장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이웃 나라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푸틴의 시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영토를 요구하고 싶다면,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이 단순 엄포가 아닐 가능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광물 및 천연자원을 보유한 극지방을 장악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린란드만이 아닌 북극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는 훌륭한 동맹국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이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그린란드를 서반구에 있는 일종의 낙후된 지역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지명자도 그린란드와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중 많은 부분이 "미국이 국제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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