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업계, 트럼프 美우선주의에 볼모로 잡힐까 우려"
기사 작성일 : 2025-01-16 21:00:57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외교의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업계와 투자자들은 미국 차기 행정부가 자국의 우선적 정책이나 의제에 합을 맞추라고 외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글로벌 기업 거래 승인 권한을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측과 논의에 참여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정부 기관을 동원해 본인의 의제를 지지하도록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기업 거래에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한 유럽 IB 관계자는 "우리는 틀림없이 이런 일에 대비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렛대를 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럽 동맹국들에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는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교역 상대국에 대해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 설정 등이다.

이에 주목받는 기관은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다. 대통령에게 거래를 차단하거나 추가 조건 제시를 권고할 수 있는 이 기구에선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주요 부처뿐 아니라 대내외 정보기관까지 참여한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CFIUS의 심사는 초기에는 행정적인 절차였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현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점점 더 정치화했다. 국가 안보상 위험 요인을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보유해 정치적으로 사안을 다룰 여지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2023년 CFIUS 회의에서 연설하는 옐런 재무장관


[AFP/게티이미지 자료사진]

한 다국적 기업 거래 변호사는 "CFIUS는 일부 국가안보 연관성이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할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며 "현재 진행 중인 몇몇 거래가 있는데 CFIUS를 거치며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US스틸의 일본제철 매각을 불허했으며 이들 기업은 CFIUS의 결정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부분적으로 CFIUS 심사에 따라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 제한을 추진했고 CFIUS 권고에 기반해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막았다.

한 외국인 투자 전문 변호사는 "첫 임기 때 트럼프는 아마추어였다"며 "이번엔 권력의 레버를 어떻게 누를지 알 것이고 CFIUS뿐 아니라 반독점 기관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그 이상까지 사용할 것이다. 모두 예측 불허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재무부와 트럼프 인수위원회 측 모두 이 사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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