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구경 갔다가 주차전쟁"…한라산 1100고지 주차난 골머리
기사 작성일 : 2025-01-18 10:00:37

가득들어찬 한라산 1100고지 휴게소 주차장


[ 자료사진]

(제주= 변지철 기자 = 해마다 가을과 겨울이 되면 한라산 단풍과 설경을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한라산에선 한바탕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12∼2월 한겨울 눈이 내린 뒤에는 한라산 1100고지 일대에, 10∼11월 가을에는 성판악 탐방로 인근 5·16도로 일대에 렌터카와 일반 승용차 수십∼수백대가 한꺼번에 몰려 교통체증은 물론 갓길 불법주차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마저 나온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 한 달 안 돼 주차단속만 753건…"개선 없이 단속만 늘어"

한라산을 관통하는 1100도로 갓길 주정차 위반 단속이 강화된 지 한 달가량 지난 제주.

제주도는 1100도로 주정차 금지 구역을 추가로 확대 지정하고 행정예고를 거쳐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주정차 금지 구간은 1100고지 휴게소를 중심으로 제주시 방면 영실교까지 1.7㎞, 서귀포시 방면 영실 입구까지 4.4㎞, 제주시 어리목 입구 주변 0.3㎞로 양방향 총 6.4㎞다.

제주도는 주정차 금지 구간 단속을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정차 위반 단속반을, 질서 유지를 위해 자치경찰을 파견 배치했다.

1100고지 휴게소 일대는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찾는 설경 명소지만 주차장은 16면 규모로 턱없이 협소하다.

폭설이 내린 뒤 날씨가 풀리면 한라산 설경을 보기 위해 관광객과 도민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 일대는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교통혼잡 제주 한라산 1100고지


[ 자료사진]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단속된 불법 주·정차 위반 차량은 모두 753건이다.

고정식·이동식 CCTV 없이 주로 휴대용 단말기(PDA) 단속을 하는 제주시는 관할구역 안에서 125건을 적발했고, 서귀포시는 628건(고정식 CCTV 374건·이동식 CCTV 252건·휴대용 단말기 단속 2건)을 적발했다.

한 달도 채 안돼 단속건수가 700건을 훌쩍 넘긴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 건수 107건과 비교해 7배가 넘는다.

단속을 강화하고 설경 탐방객을 위한 '한라눈꽃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가용과 렌터카를 몰고 오는 도민과 관광객이 많다.

단속 건수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도민과 관광객 등으로부터 나온다.

관광객과 도민들은 "처음부터 갓길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를 해야하는데 1100고지 주차장을 지나고 나면 다른 자동차들이 갓길에 줄줄이 주차돼 있다. 그걸 보고 자연스레 따라 주차를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경찰(자치경찰)은 주차장 앞에서만 관리를 하고 주차장 너머에선 (단속반이 운영하는) 이동식 CCTV차량이 가끔 쓱 한번 훑고 지나가기만 할 뿐이라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 현수막만 걸어놓지 말고 인력을 더 투입해 갓길에 주차할 수 없도록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왕국 한라산 1100고지 일대


[ 자료사진]

◇ "환승주차장 조성 동시에 갓길 주차 원천 차단해야"

제주도는 1100고지 주차난 해결을 위해 환승주차장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성판악 탐방안내소 일대 주차난 완화에 환승주차장 조성과 탐방예약제가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성판악 탐방안내소 주변 도로는 가을철 한라산 등반객 수가 많아지면서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가을철 성판악 탐방로 이용객은 과거 하루 2천∼3천명이나 됐지만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 규모는 156면에 불과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주차장 공간 부족에도 국립공원이라는 특수성과 환경보전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무턱대고 주차장을 확대할 수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주차난은 반복됐고 해결책으로 한라산에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단골 메뉴처럼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라산 성판악 입구 일대 갓길 주차 심각


[ 자료사진]

심지어 10년 전에는 제주연구원에서 한라산 주차난 해결방법으로 '발레파킹'(Valet Parking)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시에서 한라산 탐방을 한 뒤 서귀포로 넘어가거나 반대 경로로 여행하는 관광객인 경우 셔틀버스를 타고 오가는 시간 탓에 이용을 꺼리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당일 행선지 가까이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량을 옮겨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행되지는 않았다.

제주도는 대신 지난 2020년 12월 제주시 성판악 탐방안내소에서 12분 거리인 제주국제대 인근 1만4394㎡ 부지에 버스를 포함해 총 199대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의 환승주차장을 조성했다.

이어 이듬해 1월부터 성판악 1천명, 관음사 500명으로 탐방 인원을 제한하는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탐방 인원이 줄어들자 주차난이 다소 해소됐다.

제주도는 마찬가지로 올해 10억원을 들여 1100고지에서 12분 거리인 제주시 어승생 제1수원지(한밝저수지) 맞은편 9천412㎡ 부지에 173개 주차면을 갖춘 환승주차장을 연말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제주국제대 인근에 들어선 환승주차장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는 환승주차장을 조성하면 관광객이 이곳에 렌터카를 주차한 뒤 셔틀버스를 통해 1100고지까지 좀 더 빠르고 쉽게 다녀올 수 있어 주차난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환승주차장 조성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폭설이 내리고 난 뒤 주말이나 공휴일 많은 렌터카, 자가용이 한꺼번에 몰리면 환승주차장 역시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단속 시행 초기부터 인력을 많이 투입해 1100고지 갓길 주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동시에 주차요금을 인상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문가들은 도민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환승주차장과 1100고지, 제주시내와 1100고지를 잇는 셔틀버스 노선을 다양하게 만들어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100도로 달리는 한라눈꽃버스


[ 자료사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