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사 배송된 140개 탄핵 화환…정부·지자체 '책임 떠밀기'
기사 작성일 : 2025-01-19 06:00:02

서울청사 앞 '탄핵 화환'


이상서 기자 =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화환 수십 개가 놓인 가운데 일부가 바람 등으로 쓰러져 있다. 2025.01.15.

이상서 기자 = "물자 낭비에 자원 낭비인 데다 쓰러져 있는 화환 때문에 위험하기도 한데 왜 계속 저대로 두나 모르겠네."

15일 오후 경복궁역 인근에 있는 정부서울청사를 지나가던 김모(62) 씨는 서울청사 외벽 곳곳에 늘어선 화환을 보면서 혀를 찼다.

탄핵 정국과 관련한 리본이 달린 화환이 대부분이었지만, 온전한 상태로 서 있는 화환을 찾긴 힘들었다.

바람이나 인파로 인해 인도 쪽으로 쓰러진 화환이 상당수였고, 화환에서 떨어진 꽃과 스티로폼, 나무 조각 등 부자재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무 지지대에 박힌 못을 비롯해 리본과 꽃을 고정하기 위해 붙인 철사가 그대로 떨어져 나가면서 위험한 모습도 연출됐다. 일부 리본과 꽃은 바람에 날려 차도로 넘어가기도 했다.

김씨는 "미관상 좋지도 않고 지저분하다"며 "거의 방치된 상태 같은데 누가 관리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서울청사로 배송된 화환으로 인해 민원이 잇따르고 행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으나, 서울청사는 물론이고 관할 자치구인 서울 종로구청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현재까지 서울청사 주변으로 배송된 화환은 140개가 넘는다.

행안부 서울청사 관리소 측이 최근 100여개를 정리해 청사 내 민원실 옆에 쌓아뒀지만, 여전히 서울청사 정문과 후문을 중심으로 약 40개의 화환이 놓여있다.

서울 종로구청에 화환을 치워달라는 주민 민원이 최근까지 10건 넘게 들어오고, 행인과 주변 상인의 불편도 커지고 있지만 서울청사와 종로구청은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서울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맘 같아선 치우고 싶지만, 그럴 경우 화환 소유주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수 있고 분쟁 소지도 있다"며 "화환을 버리지 않고 청사 내 민원동 옆에 쌓아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사 주변의 일부 화환은 종로구청 소관이라 우리도 함부로 못 치운다"고 했다.


서울청사 내 보관된 화환들


이상서 기자 =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부에 수거된 화환들의 모습. 2025.01.15.

종로구청은 화환을 관리하고 철거할 의무가 서울청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화환이 서울청사가 관리하는 대지에 놓여서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며 "청사 후문에 있는 일부는 도로상의 적치물로 볼 순 있지만 배송 주체가 서울청사이기에 청사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바람 등으로 화환이 인도로 쓰러졌다면 구청 소관이 되지만, 철거하진 않고 다시 세워 놓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청사에서 철거를 요청하면 협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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