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D-1] 후임에 손편지 전통…바이든, 트럼프에 어떤 메시지 남길까
기사 작성일 : 2025-01-19 07:00:57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좌)과 바이든 미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미국에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당적을 초월해 자신의 바통을 받는 후임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써주는 전통이 있다.

자신을 이을 새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덕담과 당부의 글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의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 책상) 서랍에 친필로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두고 이 전통을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그의 편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4년 전 백악관을 떠나면서 남기고 간 손편지에 대한 '답장' 격이 될 수 있어 이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산증인'으로 반 세기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과 격렬히 대립했던 트럼프 당선인에게 사려 깊은 격려의 편지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는 지난 15일 대국민 고별연설에서 차기 행정부를 과두제로 규정하고 이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국민이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미국에는 지나친 부와 권력, 영향력을 가진 과두제(oligarchy)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주주의 전체,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정말로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 손편지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는 모르지만,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21년 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관대한' 손편지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이던 2021년 1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우 관대한 편지를 남겼다"고 언급했다.

이듬해 발간된 감독 겸 작가 크리스 위플의 저서 '그의 인생에서의 싸움: 조 바이든의 백악관'( The Fight of His Life: Inside Joe Biden's White House)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그것(편지)은 매우 품격있고 관대했다. 충격적일 정도로 관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의 저서 '위험'(Peril)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의 책상 서랍에서 트럼프의 메모를 발견한 뒤 이를 측근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편지를 남긴 것을 의외라고 평가했다.

그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1·6 폭동 사태'가 벌어진 뒤 혼란이 계속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이 후임자인 조지 H.W. 부시에게 남긴 편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 도서관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 대통령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인 것으로 역사가들은 보고 있다.

1989년 1월 레이건은 부통령이자 자신의 대통령직을 잇는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앞으로 유머작가 샌드라 보인튼의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에 글을 썼다.

웅크린 채 엎드려있는 코끼리 몸에 칠면조들이 올라타 있는 그림 위로 "칠면조들이 너를 주저앉게 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쓰여진 편지지였다. 코끼리는 두 사람이 속한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레이건은 이 편지지에 "당신은 이 특별한 편지지를 사용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며 재임 기간 부시와 매주 함께 한 '목요 오찬'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썼다.

'가벼운 글'로 시작된 이 전통은 그 이후 품격을 더해가며 이어져왔다. 레이건 때를 빼고는 정당을 달리하는 후임자에게 '초당적 우정'을 담아 메시지를 썼다.


아버지 부시가 후임자인 빌 클린턴에게 남긴 손편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 도서관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아버지 부시는 1993년 1월 후임자 빌 클린턴에게 남긴 손편지에서 "매우 힘든 시간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를 비판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이라면서 "비판자들 때문에 낙담하거나 경로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다. 나는 당신을 열렬히 응원한다. 행운을 빈다"라고 글을 맺었다.

당시 백악관의 새 안주인이 된 힐러리 클린턴은 편지 내용에 감동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타계 직후인 2018년 12월 1일 이 편지를 공개했다.


클린턴이 후임자인 조지 W. 부시에게 남긴 편지


[조지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로부터 8년 뒤 그 아들 조지 W. 부시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된 클린턴은 편지에서 "오늘 당신은 가장 위대한 모험을 시작했다. 지금 당신이 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겁지만 때때로 과장돼 있을 때도 있다"며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순전한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편지를 받은 아들 부시는 그로부터 다시 8년 뒤 후임자 버락 오바마에게 쓴 편지에서 "비판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며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면서도 국민들로 인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아들 부시기 후임자인 오바마에게 남긴 편지


[조지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27세였던 부시의 쌍둥이 딸 제나와 바버라도 10세, 7세였던 오바마의 두 딸 말리아와 샤샤를 위한 '자녀 지침'을 남겼다고 한다. "일광욕실 난간에서 미끄럼틀을 타라", "너희 아빠가 양키스 경기에서 시구할 때 경기를 보러 가라"는 등의 조언이었다.

오바마는 2017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에게 "이는 성공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독특한 직"이라면서 자신의 재임 경험을 토대로 한 4가지 조언을 남겼다.

그는 "매일 벌어지는 정치적 밀고 당기기와 관계없이 민주주의 제도를 굳건히 지키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왼쪽부터)과 트럼프 당선인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우리는 단지 이 직을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이라며 "이러한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선조들이 피 흘려 싸워 지킨 법의 지배와 권력 분립, 평등권과 인권 등과 같은 민주적 제도와 전통의 수호자가 되도록 해준다"고 했다. 이 대목은 2021년 1월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촉발된 혼란 상황과 맞물려 특히 주목받은 바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흰색 편지 한 통을 꺼내 보이며 "오바마가 남긴 아름다운 편지"라고 자랑했지만,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편지 내용은 그해 9월 CNN 방송의 보도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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