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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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은 집권 1기 때 미완에 그친 '미국 우선주의' 시대의 본격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자유민주 진영의 리더 역할 등 국제사회 '공공재' 제공자 역할을 축소하는 동시에 미국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기,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 후의 탈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해왔던 대외 군사개입은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 4년 동안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은 유지하되, 동맹국들의 안보 관련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안보 영역에서는 '신고립주의'를 의미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노골적으로 밝힌 파나마운하, 그린란드, 캐나다 등과 관련한 '영토 야심'은 '트럼프의 미국'이 자국의 앞마당에서만큼은 공세적 확장주의를 통해 경제·안보 관련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들어 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 무역 체제 수호자 역할에서 벗어나 관세를 앞세운 무역 보호주의 성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세계화'의 흐름 속에 미국 밖으로 나갔던 제조업 기반을 미국 내부로 되돌려 놓고, 감세 공약 시행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권 1기 때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서 극적으로 전환해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 시추를 적극 확대하기로 공언한 상태다.
국내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관대한 이민정책에서 일대 전환해 남부 국경 차단, 불법체류자 대거 추방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기조는 20일 정오께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행할 취임 연설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서 찬반이 극명히 엇갈리는 인물이지만 그의 일부 논쟁적인 정책에 대한 미국민 지지는 그의 작년 대선 득표율(49.8%)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NYT)와 입소스가 2∼10일 미국 성인 2천128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오차범위 ±2.6% 포인트)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강하게" 또는 "약간"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 미국이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길 바라는지, 해외 문제에 덜 집중하고 국내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라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60%가 후자를 택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부는 민심의 바람을 십분 활용해 '트럼프표'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를 집권 1기 때에 비해 한층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욱이 자신에 대한 4건의 형사기소를 돌파하고, 작년 7월 보수 우위(보수 성향 대법관 6명-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는 퇴임후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누린다'는 결정을 받아내면서 '퇴임 이후'에 대한 걱정 없이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과 법적 안전장치도 확보했다.
거기에 더해 '충성심'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발탁한 각료 및 백악관 참모 진용은 집권 1기 때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며 트럼프의 '폭주'를 막아섰던 정부 내 베테랑 전문가 집단의 견제 장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냉전으로까지 불려온 미중 경쟁과, 미국 대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이른바 '저항의 축' 국가들 간의 갈등상이 트럼프 2기 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는 다양한 예측이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군사개입 자제 기조는 대만 통일을 꿈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주도권 장악을 꾀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험주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반면에 그가 표방하는 '힘을 통한 평화' 기조와, '예측 불가성'은 오히려 각국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억지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기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듬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등과 같은 '모험주의' 행동이 트럼프 임기 중에는 줄어들 것이라는 트럼프 진영 내부의 기대섞인 전망도 존재한다.
이처럼 트럼프 2기에 전 세계 군사적 충돌과 전쟁이 줄어들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미국이 자유 진영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리더 역할에서 발을 빼는 만큼 중국은 '영향력 확장'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는 전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균열시키며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큰 나라에 도전을 안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발 관세 공격 앞에서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 관세 등을 통해 자국의 무역 장벽을 높이 쌓는 한편,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며 '각자도생'을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엔을 포함한 다자 체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국 관련 현안과, 자국을 돕는 북한에 대한 제재안 등에서 거부권 행사를 남발하면서 유엔은 안보 문제에서 심각한 기능부전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유엔 기구의 분담금 납부를 거부할 경우 유엔의 약화 추세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