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장심사서 "비상입법기구 쪽지, 김용현이 썼나 가물가물"
기사 작성일 : 2025-01-19 20:00:34

윤 대통령 호송차량, 영장심사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서대연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권희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영장심사를 맡은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5분간 최후진술을 한 윤 대통령에게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계엄 선포 이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할 의도가 있었냐'고 물었다.

이 부분은 차 부장판사가 영장심사 중 윤 대통령에게 직접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쪽지는)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정말로 계엄을 할 생각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대충 선포하고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다고 순순히 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등 재정자금 확보에 관한 쪽지를 전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 권한대행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기재된 문건을 건넸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냐.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는 차 부장판사의 거듭된 질문에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구치소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의왕= 김성민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윤 대통령은 또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자신으로부터 받았다는 군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서도 "내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령관들이 본인의 법적 책임을 축소·회피하게 위해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다.

영장심사에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사건 관련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검사들은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이후 김 전 장관이 진술을 거부한 점도 대통령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정황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계엄 후에도 김 전 장관을 만난 점에 비춰 말 맞추기를 했거나 증거인멸을 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 부장판사는 공수처 주장을 받아들여 윤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을 인정해 구속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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