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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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탁 기자 =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헤로인, 펜타닐 등의 마약류가 우편을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2018년 8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트위터 게시글에 앞선 8월 16일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은 아편과 같은 마약이라며 "우리는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펜타닐은 아편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강력한 진통제로 알려져있다. 펜타닐의 특징은 효과가 빠르고 작용 시간이 짧으며 효과는 헤로인의 50배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발끈했다. 중국의 마약 단속 책임자인 위하이빈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 1g의 펜타닐도 불법으로 유통된 적이 없으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도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상당량은 중미와 북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중국에서 유입된다는 미국의 주장은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을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도 펜타닐 불법 유통에 대한 합동 단속을 했다.
그 결과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청(HSI)과 중국 마약 당국은 펜타닐을 미국으로 온라인 판매하려는 일당을 검거해 이 가운데 21명을 기소하고, 2천만 정의 펜타닐 밀수를 막았다.
미국내에서 펜타닐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지난해 3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마약 과복용으로 죽은 약 11만 명 가운데 펜타닐 등 합성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로 사망한 사람은 7만 5천명에 달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발생한 미국인 사망자 5만8천명을 웃도는 수치였다.
펜타닐 위기는 미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안겼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SCCCP)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의 경우에만 펜타닐로 인해 1조5천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세관에서 압수한 펜타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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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펜타닐 위기의 주요 원인을 중국으로 결론짓고 중국과 공조해 이 문제 해결을 모색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가진 회담에서 양국이 반(反)마약 실무그룹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로 펜타닐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미국과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국 기업들이 펜타닐 전구체 수출을 몰래 돕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2기 시대에 미국이 펜타닐 위기 해결을 위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시 주석은 지난 17일 전화통화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우리는 무역 균형,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 틱톡과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펜타닐 문제가 양국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무역 균형'과 함께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트럼프가 2기 취임과 함께 펜타닐 문제를 단순히 보건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무역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펜타닐 등 마약 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공언했다.
트럼프,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예고(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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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즉각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반대하며 양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트럼프 2기 시작부터 미국과 중국은 거친 '무역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펜타닐 이슈도 이 전쟁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