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미국과 잘 지낼 것"…중남미 긴장·기대감 교차
기사 작성일 : 2025-01-21 07:00:59

파나마 운하 미라플로레스 갑문 지나는 컨테이너 선박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중남미 정상들이 긴장과 기대감 섞인 시선을 보내며 미국과의 발전적 관계 설정을 위한 외교 전략 전개를 예고했다.

국경 보안, 이민자 통제, 지리적 명칭 변경(멕시코만→미국만) 등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으로 여겨지는 '남쪽 이웃'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잘 대비돼 있으며, 트럼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각종 사안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추방된 멕시코 주민에 대한 2천 페소(14만원 상당) 복지 카드 지급과 미국 내 자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 서비스(비상버튼 앱) 등 정책 시행도 발표했다.

미 당국의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 애플리케이션(시비피 원·CBP One) 종료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일찌감치 '25%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해 보복 관세 대응 방침을 공표했던 멕시코는 민간 차원에서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소통하면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정신을 '북미를 위대하게'(Make North America great again)로 바꾸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기업들이 트럼프 언어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트럼프 1기 정부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멕시코 기업들은 멕시코가 아닌 북미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례 기자회견하는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시티 EPA=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정례 아침 기자회견을 하며 질의할 취재진을 지목하고 있다. 2025.1.21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일성을 마주한 파나마는 운하 통제권 수호 의지를 다지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성명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취임 연설 내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 국민의 것이며, 그 어떤 외국 정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파나마 정부는 별도로 예산을 들여 파나마 운하 위험관리 컨설팅에 착수하는 등 운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중국이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취지의 트럼프 주장을 의식한 듯 파나마 당국은 운하 항만 관리 업체인 CK 허치슨 홀딩스(홍콩) 측에 감사 개시를 통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트럼프 정부 성공을 기원하면서 "미국과 브라질이 역사적 파트너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G1은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해 환하게 웃는 밀레이(가운데)


[워싱턴 AP=. 재판매 및 DB 금지]

하비에르 밀레이(아르헨티나), 나이브 부켈레(엘살바도르), 산티아고 페냐(파라과이) 대통령 등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왔던 중남미 정상들은 이날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대면 외교를 펼치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았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밀레이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각종 행사에서 록스타 같은 대접을 받았다"면서 환하게 웃는 밀레이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조금은 결이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들도 있다.

연임에 도전한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대선을 앞두고 유세 도중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측과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국 내 보수파 표심 잡기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전 대선후보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견제를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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