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무역' 다보스 핵심의제…"관세정책 지켜보자"
기사 작성일 : 2025-01-21 23:00:56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AFP=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포럼 세션에 패널로 나왔다. 2025.1.21.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1일(현지시간) 글로벌 리더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을 핵심 화두로 다뤘다.

세계가 주목한 전날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대거 뒤집고 미국 우선주의를 지향하는 각종 행정명령을 쏟아낸 터라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참석자들도 현실로 다가온 '트럼프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무역과 통상 이슈부터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미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고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 신설을 발표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포럼 세션인 '불확실 시기의 성장 모색'에 패널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기조에 반대론을 폈다.

그는 "전 세계 누구에게도, 심지어 미국에도 관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관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인플레이션이 미국발 관세 전쟁 속에 다시 심화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재방송"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미국이 어떤 정책을 시행할지는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WTO가 미국 관세정책의 파장에 대한 연구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동한 행정명령에 관세 관련 사안이 없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무역 정책 수립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니 일단 예의주시하자는 취지다.

취임과 동시에 관세 정책이 시행될 거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을 두고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앨리슨 슈래거 맨해튼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집권을 주제로 한 포럼 세션에 나와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 가운데 관세와 관련한 것들은 '검토와 평가'라는 말을 핵심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무역 협상에서 최대의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협상 전략을 구사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딜메이커'로 보기 때문에 관세에 관한 직접적 행정명령이 없던 점도 그런 맥락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시대의 안보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같은 세션에 패널로 나온 그래엄 앨리슨 하버드대케네디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종전 협상을 압박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 내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매년 전년보다 나쁜 위치에 서 있고 러시아와 무의미하게 살상을 반복하는 일만 이어지고 있다"며 "트럼프는 전쟁과 관련해서도 딜메이커가 되길 원하고 그런 면에서 흥미로운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돌입으로 새 국면을 맞은 중동 정세에 관해서는 오히려 영구적인 평화 정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터 미드 허드슨연구소 석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을 앞두고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이뤄지고 중동 불안의 배경이 됐던 이란의 영향력이 약화하니 모든 일이 평화롭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비춰 보면 전쟁에서 이겨도 안정적인 평화협정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이 중동이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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