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UNRWA "구호트럭 허용됐지만…가자지구, 충격적 인도적 위기"
기사 작성일 : 2025-01-22 08:00:58

가자지구 향하는 구호품 트럭


(베에리= 김동호 특파원 = 휴전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인도적 구호품을 실은 UNRWA 트럭이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 부근 도로를 달려 가자지구로 향하고 있다. 2025.1.22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수석공보관 조너선 파울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 사흘째인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충격적이고 절박한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밝혔다.

파울러는 이날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9일 휴전이 발효한 뒤 이제까지 구호품을 실은 트럭 수백대를 가자지구로 들여보냈지만, 전쟁 피해 상황을 해결하고 완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15개월간 가자지구 주민 사망자가 4만7천107명, 부상자가 11만1천147명이라고 집계했다.

전쟁 기간 외부와 고립된 가자지구는 가용 의료시설이 줄어든 상태에서 25년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되는 공중보건 위기에 처했다. 이번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군은 하루 최대 600대의 구호품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파울러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음식, 물, 임시숙소 등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경험이 풍부한 활동가들조차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구호 작전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트럭 600대는 가자 인구가 생존에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구호품 규모일 뿐, 이를 차에서 내리고 구석구석 전달하는 일은 또다른 문제"라며 "유엔에 소속된 약 5천명의 직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향 돌아왔지만 다시 텐트 신세


(AFP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로 돌아온 주민들이 임시 천막에 머물고 있다. 2025.1.22

주민들이 피란민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공습에 무너진 집 대신 또다시 한동안 텐트에서 지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운 겨울철 날씨도 대비가 필요하다.

파울러는 "UNRWA는 임시 숙소를 짓기 위한 재료인 타프(방수포)를 하루빨리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상태"라고 말했다.

또 UNRWA 직원들조차 단벌 옷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따뜻한 옷, 갈아입을 옷을 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난방을 위한 연료, 식수 공급용 펌프, 장기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빵 제조시설 등 의식주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파울러는 하마스가 UNRWA에 연루돼 물자를 빼돌린다는 이스라엘의 의심과 관련해 "우리는 가자지구에서도 전세계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표준적인 관행에 따라 구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곳은 법과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절박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조금씩 훔치는 식이었다가 나중에는 모든 구호품을 범죄조직이 약탈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라며 "오히려 구호품을 더 많이 반입해야만 이를 약탈할 유인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10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UNRWA 구호활동과 당국자 접촉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의 구호활동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UNRWA 활동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구호품 두고 싸우는 팔레스타인 주민


(EPA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품을 서로 가지려고 몸싸움 중이다. 2025.1.22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끌고가자 이스라엘군은 '철검'(iron sword) 전쟁을 선포하고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강도높은 군사작전을 이어왔다.

하마스 대원 상당수가 UNRWA에 침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이스라엘은 UNRWA가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한 뒤 UNRWA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고 이스라엘 정부와의 소통·협력도 금지했다.

현재 파울러를 비롯한 UNRWA 직원들은 인접국 요르단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전쟁 때 팔레스타인 피란민 70만명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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