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 제공]

(부산= 차근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문화예술타운 사업의 차질을 우려해 사업자에게 토지 환매권을 행사한 부산도시공사가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서근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선고한 '부산도시공사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의 판결문을 원고와 피고에게 전날 송달했다.

앞서 부산도시공사가 오시리아 관광단지 문화예술타운 사업의 시행자인 '아트하랑'(우리자산신탁)을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소송에서 패소한 사실은 알려진 바 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부산도시공사가 환매의 의사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소 판정을 했다.

사업시행자가 수개월간 이자를 미납하고, 약속된 착공 기간을 어긴 것이 환매 사유가 되는지를 판단하기 전에 환매 의사 표시가 자체가 효력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민법에서 환매권을 행사할 때 환매 대금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지를 돌려달라고 할 때는 토지 대금을 먼저 제공하면서 환매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도시공사는 공판에서 2023년 2월 17일 피고 측에 환매 의사표시를 하면서 "환매 대금은 즉시 제공 가능하니 환매 대금을 수령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피고가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거절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피고가 거절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환매 청구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을 뿐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 증명(잔액 증명서 등)이 없었고, 잔액 증명서를 첨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환매 대금 지급 준비 절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할 수 있었던 이상 환매 대금을 현실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환매 의사표시의 효력이 없는 이상 환매권 행사 약정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부산도시공사는 관계자는 "아트하랑의 경우 환매권 행사 사유가 실질적으로 명확히 발생했기 때문에 공사로서는 제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 "현재 1심 판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으로 내부 회의와 소송대리인 의견 등을 종합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