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소홀' 빅테크 정조준…입지 커지는 개인정보위
기사 작성일 : 2025-01-23 18:00:31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전시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 자료사진]

이상서 기자 =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천억원 과징금'을 두고 구글·메타와 벌인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향후 이어질 빅테크 기업과의 소송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1천억원 및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 대해 "타사 행태 정보(온라인상의 활동정보)의 수집과 이용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2022년 9월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에 각 692억원, 308억원 등 역대 최대인 1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과 메타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듬해 2월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날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개인정보위가 앞으로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한 다른 소송전에서도 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개인정보위의 처분에 불복한 기업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12건이다.

여기엔 이용자 정보에 대한 점검과 보호 조치 등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내업체 역대 최다인 15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메타와의 또 다른 소송이 포함됐다.

신종철 연세대 법무대학원 객원교수는 "사실상 처음으로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판례가 생긴 만큼 이러한 흐름과 다른 판결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정보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도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개인정보위가 유럽연합(EU)과 추진하는 '동등성 인정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해외 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도입된 동등성 인정제도는 국내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와 국제기구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평가하고, 개인정보 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EU의 적정성 결정 제도와 유사하다.

'줄소송'에 대응할 인력과 예산 등 관련 인프라 보강은 숙제로 꼽힌다.

올해 개인정보위의 소송 예산은 작년과 동일한 4억원으로, 대형 로펌을 끼고 소송에 나서는 기업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얼마 전 개인정보위에 소송 지원팀을 설치하고, 4급 상당의 변호사 채용도 결정했기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소송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 등 다른 기업들과 소송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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