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처신해야"…왕이, 루비오와 통화서 훈계성 성어 사용
기사 작성일 : 2025-01-25 22:00:58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이터 자료사진]

이봉석 기자 =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하며 훈계 투의 성어(成語)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과 왕 주임은 24일(미국 현지시간) 전화로 소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외교 수장 간 첫 통화가 이뤄졌다.

통화에서 왕 주임은 루비오 장관에게 "스스로 잘 처신하고 중국과 미국 양국 인민의 미래와 세계 평화 및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이 가운데 "스스로 잘 처신하라"(好自爲之·호자위지)라는 중국어 네 글자가 특히 중화권 매체와 외신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이두 사전을 보면 '호자위지'는 '스스로 적절하게 처리하고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뜻으로, 중국 고전인 회남자(淮南子)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 외교부는 영문 버전 발표문에는 '알맞게 행동하라'(act accordingly)로 번역해 올렸다.

AP통신은 '잘 처신하라'(behave yourself)는 뜻이 들어있는 말이라면서 모호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사 또는 상사가 학생이나 부하직원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책임을 지라고 경고하는 중국어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AP는 노련한 왕 주임이 루비오 신임 장관에게 '은근한 경고'(veiled warning)를 했다고 덧붙였다.

AP는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이 미국 상원의원으로 있을 당시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루비오 장관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문제 등을 비판하다 2020년 중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로이터 자료사진]

중국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 왕쯔천 연구원은 AP에 "모호한 표현 덕분에 은근한 경고를 전달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외교적 교류에 필요한 예의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중국어 버전 발표문을 내놓고 나서 한참 뒤 영어판을 공개한 탓에 외신과 중국 관영 매체들이 '호자위지'를 제각각으로 번역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홍콩 봉황망은 전했다.

신화통신 영문판은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act responsibly),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라'(make the right decision)로 각각 풀었다.

로이터통신은 '잘 처신하라'(conduct yourself well)로 해석했다.

미국 발표 자료에 이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작년 3월 한국 정부가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잦은 충돌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말라"면서도 '호자위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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