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EU…"AI 스타트업 육성, 기업 규제 타파" 선언
기사 작성일 : 2025-01-30 00:00:57

기자회견하는 EU 집행위원장


(브뤼셀 EPA=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9일(현지시간) '경쟁력 나침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9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미·중에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야 등의 신흥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기업 규제부담을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력 강화 5개년 로드맵인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을 발표했다.

경쟁력 나침반은 지난달 출범한 폰데어라이엔 2기 집행부의 간판 공약이자 임기 5년간 정책 방향을 담은 계획안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혁신 격차 해소, 탈탄소화, 공급망 안보 등 세 가지 영역이 중점 과제로 추진된다.

혁신 격차 해소와 관련, 집행위는 올해 일명 'AI 기가 팩토리 구축법'을 시작으로 핵심 산업 내 AI 기술 발전·도입을 가속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반도체, 양자기술, 생명공학, 우주 등 미래 유망 산업 부문 육성을 위한 액션 플랜도 마련한다.

탈탄소화의 경우 '저렴한' 청정 에너지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둘 방침이다.

집행위는 1분기 중 에너지 집약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의 청정에너지·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인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한다.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며 청정 에너지 전환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철강·금속·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대한 맞춤형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집행위는 또 공급망 안보를 위해 내년 중 공공조달지침 개정을 통해 핵심 기술 부문의 공공조달 시 '유럽 우선권'을 도입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유럽 내 공공조달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회원국 간 핵심 원자재 공동구매를 위한 EU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제3국과 원자재·청정 에너지 등과 관련한 일명 '청정무역·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영역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규제 간소화·단순화를 추진키로 했다. 기업의 행정부담을 현재보다 25%,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ESG) 관련한 기존의 여러 EU 규정을 '광범위하게' 간소화하기 위한 일명 옴니버스 규정을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또 회원국별로 제각각인 규제에 어려움을 호소해온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노동법·파산법·세법 등을 통합하고 간소화하는 '28번째 법률 체제'(28th legal regime)를 마련한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대한 ESG 규제 완화 등이 폰데어라이엔 1기 집행부의 대표 정책이던 녹색산업 정책을 사실상 후퇴시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탈탄소화를 더욱 빠르게 성취하기 위해 간소화를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소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규제 중에는 공급망 실사지침 등과 같이 이제 막 시행 단계에 돌입한 규정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산업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빅테크가 AI 시장을 주도하고 최근 중국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EU의 AI 지원 계획이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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