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책으로 쓴 행동주의펀드…"단기이익 추구한다는 건 마타도어"(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31 12: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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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경 기자 = 2022년 시작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의 KT&G 캠페인이 책으로 나왔다.

FCP는 2022년 10월 KT&G 이사회에 5대 주주제안을 담은 서한을 보내며 공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FCP가 주주제안한 배당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자사주 취득 등은 모두 부결됐으나 FCP는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았고, 2024년 정기주총에선 KT&G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진출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달 초 출간된 '할 말 하는 주주'는 이 같은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저자인 김규식 변호사(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는 31일 와 유선 인터뷰에서 "FCP의 캠페인을 책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쓴 건 1년 정도 된다"며 "FCP의 전략도 조금 바뀌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도 나오고 그러면서 초안이 여러 번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행동주의펀드는 결코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주식 투자를 하면서 단순히 '치고 빠져야겠다' 이러지 말고 행동주의펀드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이들이 내는 주주제안이나 주장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연수원 36기)해 2015년까지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6년에 투자업계로 전직, 현재 싱가포르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2022∼2023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2대 회장을 맡았고, 현재 SM엔터테인먼트[041510]와 파크시스템스[140860]의 사외이사로 있다.

다음은 김 전 회장과 일문일답.

-- FCP의 KT&G 캠페인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 우리나라에 행동주의펀드들이 이제 막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선진화는 2021∼2022년 토종 행동주의펀드가 활동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전 2020년 동학개미운동이라고 하는 기반이 있었지만 거기에 싹을 틔운 게 행동주의펀드다. 사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테인먼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다만 제가 SM 사외이사고 내부자라서 책으로 쓰긴 좀 너무 이르다 싶었고 남은 게 FCP라서 FCP의 KT&G를 쓰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행동주의펀드는 얼라인, FCP, 차파트너스 스페셜시추에이션본부 정도밖에 없다.

-- 책을 쓸 때 참고한 자료는.

▲ 관련 신문 기사들을 많이 참고했고, 평소 안면이 있던 FCP의 이상현 대표와 유선규 상무와 심도 있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했다. 증권사 KT&G 리포트도 봤다. 일부는 직접 찾아가고 만났다. KT&G 본사와 장학재단·복지재단 사무실, 일부 사외이사 사무실이 있다는 공유오피스도 가봤다.


KT&G, 방경만 대표이사 선임


(대전= 방경만 KT&G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 주주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2024.3.28 [KT&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T&G 측의 반응은 어땠나.

▲ KT&G 측과는 장기간 비디오 통화를 해서 궁금한 걸 물어봤다. 생각보다 우호적이었다. 거부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KT&G는 비협조적이거나 그러지 않았다.

-- KT&G는 책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 크게 두 가지 쟁점에서 KT&G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 중동 지역 담배사업의 영업마진과 KT&G의 장학재단·복지재단 자사주 기부다. 중동 쪽에 나가는 판매 제품의 원재료비, 감가상각비, 판관비, 인건비를 녹여 비용으로 뺀 이후에 마진이 얼마인지 FCP와 KT&G 주장이 다르다. FCP는 적자라고 보고 있고 KT&G는 막연한 추측이라고 반박한다. 추측이 아니라면 사실확인을 하면 된다.

KT&G가 장학재단·복지재단에 자사주를 기부한 문제(사내근로복지기금은 돈 주고 판 것으로 제외)는 이들 재단이 그동안 KT&G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는지, 투표했다면 찬성표를 행사했는지를 밝히면 된다. KT&G 전현직 임원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이들이 주총에서 투표를 하는 건 이해충돌이 있는 거버넌스다. 또 사회환원이 목적이라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발행해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왜 보통주를 기부하나. 누가 봐도 자신들의 성을 쌓고 주주들의 감시·감독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기부행위를 한 것이다. KT&G는 FCP의 막연한 추측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확인이 완벽하게 안 됐을 뿐이고 팩트는 KT&G가 확인하면 되는 거다. 책을 쓸 때는 이런 부분들에 화가 나서 과격하게 썼는데 최종적으로 출간된 건 많이 순화했다.

(※ 이에 대해 KT&G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소수지분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출연한 것으로 경영진의 지배력 유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각 재단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각 재단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2020∼2022년 해외사업이 적자라는 FCP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 기간 해외시장에서 담배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며 흑자를 기록했으며 중동지역 수출 역시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KT&G 건물


[촬영 김윤구]

-- FCP의 캠페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진에 좀 더 우호적으로 할 수 없었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변화가 목적인데 이런 식으로 가면 변화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 FCP가 우호적으로 하려고 1년반∼2년간 노력을 했다는 게 책에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런데 반응이 없어서 뒤늦게 캠페인을 공개하게 된 거다. 캠페인은 일단 하면 돈 몇억원이 깨진다. 에너지도 너무 많이 든다. 싸우고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고 몇년 동안 끌고 가려면 나중에 진이 다 빠진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도 처음에는 우호적으로 접근한다. 처음부터 공격적인 행동주의펀드는 없다.

-- 우리 사회에선 행동주의펀드가 단기 이익만 추구한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 행동주의펀드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건 마타도어(흑색선전)다. 얼라인이 SM에 들어간 지 4년 됐고, FCP도 2022년부터 KT&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는 장기 성장을 위한 자본배치 전략 변경이나 구조적인 개혁을 요구하지,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려줄 테니 행동주의펀드더러 팔고 나가라고 요구하는 건 회사다.

-- 책 제목 '할 말 하는 주주'의 의미는.

▲ 아시아 최초 행동주의펀드인 일본 무라카미펀드의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가 쓴 책 제목이 '할 말 하는 주주'다. 이 사람의 일대기를 읽어보면 정말 파란만장하다. 주주가 단순히 '절(회사)이 싫으면 중(주주)이 떠나라'라고 하는 수준을 이제 벗어나야 한다. 주주가 직접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렇게 해야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 중산층이 부를 축적하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주식밖에 남아있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중산층이 두터워야 유지되는데, 일부 대주주가 소수주주를 수탈하는 체제가 계속되면 국민 마음속에 분노가 자리잡아 응어리가 누적되고, 정치가 포퓰리즘적으로 극단화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단순히 주가를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절박한 문제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면 증시가 재평가돼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주주가 각성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펀드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터넷 댓글에서라도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김규식 변호사(전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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