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뜬금없이 '다양성 정책' 지목
기사 작성일 : 2025-01-31 17:00:58


다양성 정책 때문에 여객기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화 . 재판매 및 DB 금지]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객기 추락의 원인으로 다양성 증진 정책을 들며 국민적 참사를 정치화했다.

아무 증거가 없는 음모론적 주장을 던진 뒤 검증하라는 명령까지 내리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방항공청(FAA)의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공들여 추진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때문에 업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객기 추락이 다양성 정책에 따른 채용의 결과라는 증거가 있느냐는 취재진 압박에 '상식'(common sense)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나는 상식이 있다. 알겠느냐? 불행히도 많은 이들이 상식이 없다. 우리는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일(항공관제)을 하길 원한다. 항공기 60대가 짧은 시간대에 들어올 때 이런 일은 가장 높은 수준에서 하는 중요한 체스게임이다"라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DEI 정책이 여객기 추락과 관련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 교통부와 FAA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임기인 최근 4년 동안 이뤄진 채용 결정과 안전 절차 변경 사례를 전수 조사해 부적격자를 교체하라는 행정명령에까지 서명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미국 새 정부가 주요 정책 기조를 더 선명하게 추진하려고 많은 주목을 받는 국가적 재난을 이용한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인종과 성별 대신 능력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DEI 정책을 폐지한 바 있다.

이는 1964년 민권법 제정 이후 60년간 인종, 성별, 성정체성, 계층 등 기준을 다양화하며 성숙해온 소수자 권리증진 기조가 막을 내린 것이었다.



아직도 계속되는 여객기 추락 수색 [AP . 재판매 및 DB 금지]

다양성 정책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 공세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이 쇄도했다.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인터넷 평론가가 음모론을 지껄이는 것과 아직도 시신이 수습되고 유족이 통보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한 의혹을 던지는 건 구분돼야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거리를 두려는 동향이 관측됐다.

셸리 무어 캐피토(공화·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DEI가 사고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항공관제사의 부족과 공항 내 특정 절차는 알겠다"며 "주된 원인은 모르지만 우리는 그걸 찾아서 재발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엄청 새로운 얘기"라며 "아직 비극적으로 스러진 이들의 이름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장애인협회(AAPD)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장애인 발언이 대통령답지 않다고 평가했다.

제스 데이비슨 AAPD 대변인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어떤 항공기 추락 사고 조사에도 수천가지 요인이 있지만 다양성 채용은 그런 요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다양성 채용을 반대하는 의제를 밀어붙이려고 이런 비극을 이용하는 게 극도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인종, 성별, 장애 등에 따른 특혜 때문에 항공관제 역량이 부실해졌다는 취지의 주장은 통계를 볼 때도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FAA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계연도로 2024년 현재 항공관제 인력 가운데 93%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전체 관제사의 84%는 남성이고, 75%가 백인이다.

악시오스는 별도의 팩트체크 기사에서 "통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반대가 사실"이라며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FAA의 채용 정책이 항공 안전성을 줄였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