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도 해상서 뒤집혀 있는 사고 선박
(서산= 30일 충남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83t급 선박이 전복돼 2명이 구조되고 5명이 실종돼 현재 해경과 소방당국, 어선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뒤집힌 사고 선박 모습. 2024.12.30 [태안해경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 양정우 기자 = 매년 2천 건에 가까운 어선 사고가 반복되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가 커지는 주된 원인으로 허술한 안전관리 체계가 지목됐다.
5일 정부가 작년 7월 민·관 합동으로 꾸린 '해양 선박(어선) 사고 재난 원인 조사반'의 어선 사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선안전조업법 상 어선 위치 발신 장치의 일종인 '선박패스(V-pass)', '바다내비(e-Nav)' 장착 어선은 별도 절차 없이 입·출항이 가능하다.
어선의 편의를 돕기 위한 조치지만, 어선이 장치를 차단한 후 입·출항할 경우에는 당국이 이를 파악하기도, 막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입·출항이 확인되지 않은 어선이 해상에서 사고가 나면 당국의 대응이 늦어져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출항 전 실시하는 자체 안전 점검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5월 한 유람선이 출항 전 연료 점검을 하지 않았다가 울릉도 해상에서 기관 정지로 표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 점검 때 무엇을 꼼꼼히 봐야 하는지 매뉴얼 상 점검항목조차 마련되지 않는 등 사전 안전 점검 전반이 부실하다고 조사반은 결론 내렸다.
조사반은 '대해구(가로 50㎞×세로 50㎞)' 단위의 해양 기상정보가 실제 조업 구역의 해상 기상과 맞지 않아 어민들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해상기상은 위치별로 차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지역 단위의 기상 정보는 조업 현장 날씨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풍랑특보 발표 전 특보 시나리오 및 시간대별 위험 기상 등을 관계기관에 제공하고, 기상정보 단위도 대해구에서 소해구(17㎞×17㎞)로 세분화해 실효성 있는 해양기상 예측정보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어선 사고는 초동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어선 위치 파악이나 상황전파에 한계를 드러내며 피해가 커지는 일이 반복돼 온 것으로 조사단은 봤다.
단적으로 기관 간 사고 상황 전파가 지금까지 팩스로만 이뤄져 정보 공유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조사반은 팩스 외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상황 전파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안전 조업과 풍어를 기원합니다"
(제주= 변지철 기자 = 2일 오전 제주시 화북포구 해신사에서 안전한 조업과 풍어를 기원하고 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해신제(海神祭)가 봉행되고 있다. 전날 제주시 구좌읍 토끼섬 인근 해상에서 어선 2척이 좌초돼 승선원 15명 중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5.2.2
어선 사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전남 여수와 가까운 경남 통영 해역에서 제주 선적 어선 사고가 났을 경우 관할 지자체가 분명하지 않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 어선이 침몰하면 부력에 의해 자동 조난신고 발신 장치가 해수면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어망 등에 걸려 조난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소형 어선의 특성을 고려해 조난신호 발신 장치가 바다 위로 떠오르지 못하더라도 위성통신이나 해양 LTE를 통해 자동 전송될 수 있는 장치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사반은 안전 체계 미흡 외에도 이상 기후 심화, 외국인 선원 증가, 고령화 등이 앞으로 어선 사고 시 인명피해를 확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최근 3년간 풍랑특보는 2022년 734건에서 이듬해 804건으로 늘었고, 2024년 10월 기준 734건이 발표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4년 33.2%에서 2023년 48.0%로 1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어업인 중 고령자가 많다는 것은 사고 시 대응력이 떨어져 생존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근해 어선의 외국인 선원은 2003년 991명에서 2023년 1만199명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외국인 선원은 법정 안전교육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선장, 선주처럼 교육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개선안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조사반은 사고 해역 인근에서 조업하다가 구조에 참여하는 이들의 어업 손실보상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정부는 현행 '7만8천800원 유류비'였던 구조 참여자에 대한 보상 기준을 30만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