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성명에 '황금시대' 표현담나…"경제·안보·中대응이 핵심"(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06 20:00: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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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박상현 경수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6일 저녁 출국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7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일본 외교 정책의 기축으로 언급되는 미일 동맹 강화를 확인하고, 중국 견제 방침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본이 2019∼2023년 5년 연속 대미 투자 1위 국가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제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방위비 인상 압박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시바 총리는 출국 직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 확립에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와 안전보장 문제에서 미일 양국이 협력해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을 확인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에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를 만나고 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미일 관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미일 정상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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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에 사이버·우주 협력도 담길 듯…中겨냥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강조 전망

미국과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 이후 발표를 조율 중인 공동성명의 3대 핵심 주제는 경제, 안보, 중국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날 보도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를 구축한다"고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자세도 강조할 예정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에 기반한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양국이 서로 투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내용이 성명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 협력 방침도 포함된다.

안보에서는 엄중한 동아시아 정세를 고려해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더욱 높인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일본을 지키는 확장억제 강화와 미국의 동아시아 정세 관여, 미군과 자위대 간 지휘·통제 향상, 방위장비 기술 협력 추진 등도 성명에 기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무기 구입을 확대해 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양국은 중국 대응과 관련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움직임에 반대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성명에 담을 계획이다.

또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점도 명기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양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우주·사이버 분야 협력을 공동성명에 넣는 방안도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미국과 사이버 공격 징후에 관한 통신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며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 통신과 미사일 탐지·추적 등이 협력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라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회장 만난 이시바 시게루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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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통역은 트럼프 대책 비장의 카드"…日, 경제협력 고리로 안보협력 추진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일 관계 강화의 시금석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 대비하기 위해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여러 사람을 잇달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작년 말부터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방위성 담당자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협의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예상 문답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 정상과 개인적 신뢰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고려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어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에게 이번 정상회담 통역을 맡기기로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처음 승리한 직후 미국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양국은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요미우리는 다카오 실장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총리'(little prime minister)라고 불렸다면서 트럼프 대책과 관련한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간부 직원이 총리 통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다카오 실장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이시바 총리와 통화할 때도 통역했다고 덧붙였다.

외무성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가 양호했던 아베 전 총리의 말을 다카오 실장으로부터 항상 들어왔다"며 "회담에서 (다카오 실장과) 재회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총리의 미국 방문 사실을 알릴 때도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매우 가까운 친구였다"고 언급할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내 왔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미국을 찾은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와 만찬 당시 "일본 총리와는 바로 만나는 것이 좋은가. 그는 신조와 경쟁해 왔는가"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아베 전 총리는 경쟁자였다. 꼭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을 듣고 이시바 총리와 조기 회동을 결심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1월 기준 미국의 수입 1∼3위 국가인 멕시코, 중국, 캐나다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언급한 터라 5위 국가인 일본을 대상으로도 관세를 무기로 방위비 추가 증액 등 다양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방위비 증액 압력을 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중시하는 점은 방위 장비 구입"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비 인상 압박에 대비해 일본이 2022년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계기로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었던 방위비를 단계적으로 올려 2027년에는 2%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오라클이 합작해 만들기로 한 AI 관련 기업인 스타게이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불허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등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산케이는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대면에서 총리 발언이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불투명하다"며 이시바 총리 주변에서 경제 협력을 고리로 안보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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