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운하 무료 통항 합의는 거짓말" 파나마 대통령 발끈
기사 작성일 : 2025-02-07 01:00:56

기자회견하는 파나마 대통령


(파나마시티 EPA=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에 있는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주간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6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파나마 대통령이 미국 정부 선박의 파나마 운하 무료 통항(통행) 합의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무료 통항은) 참기 힘든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통령실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주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협상했다는 미국 측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우리는) 거짓에 기반한 외교 관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저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 변경이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을 미국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전달했다"며 "대통령에겐 운하 통행료(변경)와 관련한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정부 설명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76조에는 '정부나 ACP가 대양간 수로(파나마 운하) 사용에 대한 통행료 또는 수수료를 면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통행료 결정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은 ACP 이사회이며, ACP 이사회에서 통행료 변경을 의결했더라도 최종 승인은 국무회의에서 하게 돼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파나마 운하 크리스토발 항만 시설 현장


[콜론 AP=. 재판매 및 DB 금지]

미 국방부도 국무부의 발표 직후 별도 보도자료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통화했고, 양측은 미군과 파나마군의 협력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ACP가 곧바로 "운하의 통행권이나 통행료와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 바뀐 것은 없다"는 반박 성명을 내면서, 양국 간 '진실공방'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긴장 양상이 트러났다.

파나마 대통령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핑계로 헌법을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내부적으로 정치적 논쟁이 있는 것을 알지만, 민주주의 원칙까지 어겨가며 저의 의지나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성토했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 등을 둘러싼 사안에서만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물리노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계 현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기정사실로 굳혔다.

그는 "우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그램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뺄 것"이라며 베이징에 있는 파나마대사관을 통해 관련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까지 고려 대상인지' 묻는 취재진 질의엔 "노(아니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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