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인고의 아이콘' 박지원, 종합대회 악연·'팀킬' 딛고 우뚝
기사 작성일 : 2025-02-08 14:00:45

박지원,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


(하얼빈= 서대연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박지원이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2025.2.8

(하얼빈=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28·서울시청)은 운이 없는 선수였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박지원은 경포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상경해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한 박지원은 잡초처럼 자랐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유독 큰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황대헌에게 밀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고,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아쉽게 탈락했다.

오랜 시간 인내하던 박지원은 한순간에 껍데기를 깨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피땀 섞인 강훈련을 통해 키운 체력과 남다른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을 굳혔다.

그는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 세계랭킹 종합 1위를 차지했고, 2023-2024시즌에도 굳건한 아성을 쌓아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지원의 인생에 비단길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박지원은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걸린 2024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후배 황대헌에게 잇따라 반칙을 당해 태극마크 획득에 실패했다.

차기 시즌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되는 상황이라 심적 고통은 상당했다.

국제종합대회마다 인연이 없던 악몽이 재연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지원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경쟁 선수들의 치열한 견제를 뚫고 전체 1위로 태극마크를 거머쥐었고 하얼빈에서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혼성 2,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박지원은 이어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해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고 끝에 거둔 값진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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