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조용히 접근하는 MS·엔비디아…다른 빅테크와 달라"
기사 작성일 : 2025-02-09 11:01:01

사티아 나델라 MS CEO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 김태종 특파원 =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가 지난달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를 맺기 위해 조용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조명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아마존 등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겉으로 드러나게 노력하는 반면, MS나 엔비디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지만, MS와 엔비디아 CEO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두 기업의 CEO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낮은 자세(lower-key)로 접근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호라고 NYT는 분석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그 기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과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지난달 31일 황 CEO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지만, 대대적인 홍보도 하지 않았고 트럼프와 함께 찍은 공개 사진조차 남기지 않았다.

나델라 CEO도 지난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저택이 있는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오찬을 함께 했지만, 거의 뉴스에 보도가 되지 않다시피 했다고 NYT는 전했다.

MS 임원을 지낸 마르도라 벤처그룹의 S. 소마세가르는 "MS와 엔비디아는 다른 기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평소와 다름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와 베이조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과거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불편한 관계였지만, MS와 엔비디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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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엔비디아는 조용한 접근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워싱턴 내 입지는 크게 다르다고 NYT는 진단했다.

MS의 경우 20여년 전 반독점 소송 경험으로 강력한 로비 조직과 양당과 선이 닿는 경영진이 있는 반면 엔비디아는 워싱턴에서 '신생 기업'이라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이 불면서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기업 모두 미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생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어 대만에서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규제 압박 속에 엔비디아도 워싱턴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워싱턴에 첫 사무소를 개설하고 공화당 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는가 하면, 정보기술(IT) 정책 로비 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C)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C. 오브라이언이 이끄는 미국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와 계약도 맺었다.

NYT는 "엔비디아의 워싱턴 내 영향력 확대는 급성장한 기업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라며 "지난 1년 새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가 늘어나 MS, 애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전 정책 부사장은 "이것은 엔비디아가 성숙해가고 있으며 워싱턴에서의 입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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