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부산 유료도로 징수원 어디로'…운영사 따라 처지 갈려
기사 작성일 : 2025-02-10 09:00:20

부산 백양터널


[ 자료사진]

(부산= 김선호 기자 = 최근 부산에서 무료화와 무정차 통행료 징수를 시작한 요금소 2곳에서 근무하던 징수원들의 처지가 엇갈렸다.

2000년 개통해 사상구와 부산진구를 잇는 길이 2.44㎞ 왕복 4차로 백양터널은 25년간의 민자사업자 관리 운영 기간이 끝나 지난달 10일부터 모든 차량이 무료로 통행하고 있다.

요금소가 철거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용역업체 소속 요금징수원 20여명 전원은 계약 해지됐다.

일부는 다른 유료도로나 고속도로 요금소 등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상당수는 실업자가 됐다.

지난 1일부터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시행된 부산 광안대교 풍경은 사뭇 달랐다.

요금소가 무인으로 바뀌어 징수원들이 더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해고되지는 않았다.

요금소에서 3교대로 근무하던 79명 중 19명은 시설공단 내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됐고, 나머지 60명은 무정차 통행료 징수로 인한 요금 미납 확인이나 하루 평균 800통 이상 걸려 오는 민원 응대 업무를 하고 있다.


부산 광안대교


[ 자료사진]

애초 용역업체에 위탁 고용됐던 광안대교 요금징수원들이 2020년 부산시설공단에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직고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전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산시설공단은 기간제와 파견용역직 등 총 567명 중 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산에서는 광역기초지자체와 부산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의 간접고용 인원 8천602명 중 3천739명이 직고용됐다.

한 광안대교 요금징수원은 "당시 백양터널 요금징수원들도 직고용을 요구했지만 민간 기업에 외주 위탁 고용된 한계로 결국 시설공단만 직고용됐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면 이번에 계약 해지됐을 텐데 이렇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 원장(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공공성 높은 민간 하청 노동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요금징수원의 운명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회사가 직원을 그냥 자를 수 없다는 걸 알면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쉽게 해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4차례 산업혁명에서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일자리가 생겨났다"며 "직원들이 업무를 잘 전환하도록 기회를 준다면 기술 발전에 의한 일자리 감소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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