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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지상공격용 드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EPA= 자료사진) 2025년 1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의 한 장소에서 촬영된 우크라이나군의 지상용 드론. 우크라이나군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은 2024년 여름부터 지상용 드론을 사용해왔다. (EPA/MARIA SENOVILLA) 2025.2.10.
임화섭 기자 =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로봇 대 인간'의 전투를 우크라이나군의 로봇부대 '하르티야 중대'가 러시아군 보병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맥심 터커 전 키이우 특파원의 하르키우발 르포기사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로봇 대 인간' 전투의 광경을 묘사했다.
포탑에 중기관총이 달린 조그만 로봇이 마을 폐허 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백m 간격을 두고 다른 로봇이 함께 이동했고, 그 뒤도, 또 그 뒤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대의 로봇이 간격을 두고 러시아군 보병 위치에 다다른 후 교대로 사격을 개시했다.
로봇들은 인간 병사라면 피하지 못할 폭발도 재주 좋게 피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수 ㎞ 후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 소속 육지 로봇 중대 군인들이 조이스틱으로 로봇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에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지만 공격 방아쇠는 원격조종을 맡는 우크라이나군 군인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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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원격조종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EPA= 자료사진) 2025년 1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의 한 장소에서 촬영된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원격조종 모습. 우크라이나군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은 2024년 여름부터 지상용 드론을 사용해왔다. (EPA/MARIA SENOVILLA) 2025.2.10.
부대 지휘관은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통해 이런 로봇 대 인간의 전투를 지켜봤다.
하르티야 여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중대 규모 로봇부대를 동원해 러시아군을 공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만 전투 날짜는 기사에 공개되지 않았다.
더타임스는 이 전투에 대해 "전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비전이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오늘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휘관들이 전투에 로봇을 투입해 "군인의 생명을 지키고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고질적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로봇 중대의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은 '수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위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이었으나 휴학 후 입대해 하르티야 여단의 육지 및 공중 무인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르티야 중대는 디지털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한 발트해 연안 국가의 군과 협력해 더 나은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영국의 BAE시스템스와 독일의 라인메탈 등 세계 주요 군수업체들도 이 개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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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지뢰 설치용 로봇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EPA= 자료사진) 2025년 1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의 한 장소에서 촬영된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지뢰 설치용 로봇. 우크라이나군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은 2024년 여름부터 지상용 드론을 사용해왔다. (EPA/MARIA SENOVILLA) 2025.2.10.
이런 전투로봇들을 만드는 업체는 키이우에 조그만 공장을 가진 로봇 기업 '레기트'다.
레기트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산하 특수작전팀이 로봇을 조종해 전투를 벌이면서 얻은 경험을 차세대 전투로봇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레기트의 수석 기술자인 볼로디미르 쿠슈니르는 더타임스에 "어떤 경우는 탱크나 대형 차량에 사격을 가하고, 어떤 경우는 도시 전투에서 건물을 파괴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번에는 (전투로봇이) 폭발물을 설치해 러시아 군인이 30명 있던 건물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레기트가 개발해 양산하기를 원하는 모델은 다양하다.
대전차 유탄 발사기 2대를 포탑에 탑재한 모델도 있다.
포탑 부분과 바퀴가 달린 받침 부분은 분리된 모듈로 설계됐다. 받침 부분이 망가져도 그 자리에서 전투를 계속할 수 있고, 포탑 부분이 망가지면 받침 부분이 후방으로 돌아와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전투로봇의 원격조종에는 간섭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파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고 위성 인터넷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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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공격용 전투로봇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EPA= 자료사진) 2025년 1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의 한 장소에서 촬영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용 전투로봇. 우크라이나군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은 2024년 여름부터 지상용 드론을 사용해왔다. (EPA/MARIA SENOVILLA) 2025.2.10.
원격조종이 끊기더라도 계속 전투가 가능하도록 AI를 탑재할 수도 있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 우크라이나 전략산업부 장관은 더타임스에 우크라이나가 올해 말 이전에 로봇군(軍)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중과 해양 무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육상 시스템도 개발해왔으며, 작년에 철저한 테스트를 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하르티야 중대가 전투로봇으로 공격한 후에는 반드시 보병 부대의 진격이 뒤따라야 한다.
더타임스 기자는 "기관총 로봇 한 대가 사격을 계속해 러시아군이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도록 하는 와중에 다른 로봇 한 대가 참호에 접근해 대전차 지뢰 2개를 참호 내에 떨어뜨린 후 폭발이 일어나기 전 후퇴했다"고 전투 광경을 전했다.
그 후 여단 소속 보병들이 진격했으며, 러시아 측 참호에 접근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 보병들은 이날 투입된 전투로봇 중 이동 불능이 된 2대는 수작업으로 회수해야 했다. 전투로봇의 양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높은 데다가 이 무기가 혹시라도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날 전투 끝에 하르티야 여단은 러시아군 참호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약 30명 나왔다고 우크라이나군은 주장했다.
'수학자' 소위는 "금속과 기계가 수백 개의 총알을 쏘고 AI 덕택에 정밀도도 높다"며 "내가 만약 거기 있었다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