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내가 봐도 공격적"…TV토론 판정승
기사 작성일 : 2025-02-10 22:01:02

올라프 숄츠 총리(왼쪽)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로이터 .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 김계연 특파원 = 3년여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몰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첫 TV 토론에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10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37%는 전날 저녁 토론에서 숄츠 총리가 잘했다고 답해 메르츠 대표(34%)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숄츠 총리에게 신뢰가 간다는 응답자는 42%, 메르츠 대표는 31%였다. 공감이 간다는 응답자 비율도 46% 대 27%로 숄츠 총리가 앞섰다. 토론 이후 인상이 나아졌다는 답변은 숄츠 총리 32%, 메르츠 대표는 22%였다.

독일 총리는 유권자가 직접 뽑지 않고 새로 구성되는 연방의회에서 선출한다. 숄츠 총리는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 지지율이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절반에 불과한 15% 안팎에 머물러 오는 23일 조기총선 이후 메르츠 대표에게 총리직을 넘겨줘야 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 이후 스스로 "조금 공격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상대를 적극 몰아붙여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는 약점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숄츠 총리는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메르츠 대표가 자신의 과거 약속과 정치권 금기를 깨고 극우 독일대안당(AfD)과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CDU는 지난달 AfD 의원들 찬성으로 난민정책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가 극우 정당에 대한 '방화벽'을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숄츠 총리는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메르츠 대표의 말에 "안타깝지만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메르츠 대표는 숄츠 총리 체제 3년간 200만명 넘는 '비정규 이민자'가 입국했다며 난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숄츠 총리는 불법이민자 추방을 70% 늘렸고 올해 1월 망명 신청 건수가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선거 포스터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메르츠 대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정신 나간 생각이었다"며 에너지 전환이 경기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숄츠 총리 재임 기간 5만개 기업이 파산했다고도 공격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며 "내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아니고 가스 공급을 차단한 것도 아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그랬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전쟁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숄츠 총리는 확전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지 매체 슈테른은 팩트체크를 통해 '비정규 이민자'가 어떤 의미인지 불명확하지만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단 입국자는 31만3천명이었다고 전했다. 또 숄츠 총리가 취임한 2021년 이후 추방 건수는 53% 늘었으며 망명 신청이 올해 1월보다 적은 달도 과거 여러 번 있었다고 정정했다.

두 정당 모두 제1당이 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릴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들은 SPD와 CDU·CSU 연합이 결국 좌우 대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연정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두 사람은 비슷한 장점(여러 분야의 구체적 지식, 수치를 제시하는 걸 즐김)과 단점(무엇보다 카리스마 부족)이 있다"며 "토론이 끝났을 때 두 남자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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