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스 후손이 한국서 변호사 "아프리카를 보라"
기사 작성일 : 2025-02-12 07:00:56

11일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인터뷰하는 외국변호사 티모시 디킨스


[대륙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성진 노재현 기자 = "우리는 한국 내 법무법인 중 유일하게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전담하는 팀입니다. 한국과 아프리카를 서로 잇는 개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아프리카그룹의 외국변호사 티모시 디킨스(46) 씨는 11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업무를 이같이 자부했다. 그는 19세기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방계 후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그는 아프리카 국적을 가진, 한국 내 유일한 아프리카 전문 변호사다. 남아공뿐 아니라 영국 변호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대륙아주는 2017년 국내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아프리카팀을 설립한 뒤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다양한 법률 자문을 한다.

아프리카팀은 2023년 아프리카그룹으로 승격했고 현재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약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작년 6월에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아프리카와 국내 기업인을 250명가량 초청해 에너지 투자포럼을 열기도 했다.

2013년부터 대륙아주에서 활동한 디킨스 씨는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사업에서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중국처럼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10년, 20년, 30년에 걸친 장기적 동반자로 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며 "아프리카에 진출하면 초기 자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는 한국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 때문에 2년∼4년 안에 투자수익률(ROI)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빨리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최소 5, 6년은 돼야 손익분기점(B/E)을 지날 수 있다는 느긋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프리카와 관련해 빈곤, 정정 불안, 화폐 변동성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가 늘어나고 2050년까지 인구도 25억명으로 배증할 것임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의 교역 규모에서 1.5%에 불과한 아프리카 비중이 향후 최대 10배 증가할 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당장 전세계 국가의 4분의 1이나 되는 54개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포진해있다는 한 가지만 보더라도 에너지, 핵심광물, 인프라 등 투자에 큰 기회가 된다는 것.

그는 "기업들에 적합한 현지 파트너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둘러싼 투자 환경도 주목된다.

올해 11월 남아공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려 미·중 간 공급망 확보 경쟁구도 속에서 아프리카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내 점진적 관세 철폐를 목적으로 2021년 발효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시범운영 단계다.

그는 특히 AfCFTA 전망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아프리카 대륙은 철도, 도로, 항구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등 보호무역 정책이 아프리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무역과 관련해 재협상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내 유일의 아프리카 상공회의소인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관문인 남아공은 대륙에서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인프라도 잘 돼 있는 편이다. 민주화된 지 34년으로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으며 금융거래와 법률체계 투명성도 성숙해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와 인터뷰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외국변호사 티모시 디킨스


[대륙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디킨스 씨는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등 여러 명작을 쓴 소설가 찰스 디킨스 가문의 후손이다.

자신과 형 올리버의 이름도 두 작품 등장인물에서 따올 정도로 가족이 조상 찰스 디킨스를 자랑스러워한다.

그가 고향에서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일하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고등학교 때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꼈고 대학에서 마케팅, 법학 등을 전공했다.

남아공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영국에서 약 4년간 근무했고 한국인 친구의 권유를 받고 대륙아주에 합류했다.

이후 한국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고 한국 여성과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그는 "한국은 유럽과 미국보다 안전하고 일 처리가 대단히 효율적인 사회"라며 "한국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 '우분투'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인간관계를 강조한 정(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흔히 쓰이는 아프리카 반투어 우분투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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