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트 주조 중단한 트럼프…유럽서도 오랜 고민거리
기사 작성일 : 2025-02-12 22:01:01

1·2센트 유로화 동전


[촬영 송진원]

(파리= 송진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센트 동전의 주조를 중단시키면서 유럽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1센트나 2센트 동전의 존치 여부는 유럽에서도 꾸준히 논의된 문제라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일랜드가 2015년 1·2센트 동전의 유통을 중단한 데 이어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도 최소액 동전 주조를 점차 중단하기로 했다.

1센트 동전의 주조 비용은 평균 1.65센트, 2센트 동전은 평균 1.94센트로 경제성만 따지고 보면 손해라는 게 이들 국가의 판단이었다.

로렌 대학교의 경제학 연구원 라파엘 디디에는 "동전에 사용되는 구리, 철강 등 원자재와 보안 요소들이 종종 해당 동전의 액면가보다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2017년 이후 공공개혁위원회에서 "1센트와 2센트 동전 유통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권고안이 정책으로 채택되진 않았으나 프랑스 화폐를 찍어내는 파리조폐국은 2022년 말 정부에 2027년까지 1·2·5센트 동전 생산량을 40% 줄일 계획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재무부 장관에게 새 페니(1센트 동전) 주조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2센트보다 큰 비용을 들여 페니를 찍어내 왔다. 이건 낭비"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Ifop이 프랑스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는 1·2센트 동전을 유지하는 데 여전히 찬성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앞서 1·2센트 동전 폐지에 대해 2022년 12월까지 결정하려 했으나 최종 입장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디디에 연구원은 "벨기에에서는 2019년부터 대부분의 상점에서 가격을 (뒷자리 수) 0이나 5센트 단위로 반올림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며 "EU 집행위가 다른 회원국에 벨기에 모델을 따르라고 하는 건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1·2센트 동전을 없애면 '현금 제로화'를 가속해 소비자의 지출에 대한 인식이 둔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물 화폐 대신 카드나 모바일 결제 등을 이용하면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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