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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8.6 [공항사진기자단]
김은경 윤보람 기자 =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함께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1년 연장된다.
가사관리사 이용 가격은 퇴직금과 업체 운영비 등을 반영해 기존보다 시간당 2천860원 오른 1만6천80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부는 14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추진방향 및 향후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아이 돌봄의 공백을 해소하고 돌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사관리사로 외국인 인력(E-9 비자)을 활용하는 제도다.
노동부와 서울시는 고령화 등으로 내국인 가사근로자가 줄어들고 비용도 비싸 육아 부담이 커지자 시범사업을 추진해 작년 9월부터 100명(현 98명)의 필리핀 인력을 서울시 가정에 투입했다. 현재 180여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애초 이번 달까지였고, 이에 따라 노동부는 상반기에 1천200명 규모로 전국에서 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계 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고 다른 지자체 수요가 저조해 본 사업을 당장 추진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노동부와 서울시는 현재 이용 중인 가정 및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가사관리사들의 근로계약기간을 1년 연장했다.
연장 기간에는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필리핀 인력 98명 중 귀국 의사를 밝힌 5명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가 기존처럼 2개 업체를 통해 가사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근무자 수는 아직 유동적으로 다음주 중 확정된다.
이들의 취업활동기간은 다른 E-9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총 36개월로 연장했다.
최소근로시간(주 30시간) 보장, 임금수준(최저임금) 등 근무조건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운영비 반영 등으로 이용 가격은 현재 시간당 1만3천940원에서 20.5%(2천860원) 오른 1만6천800원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이용요금 원가 산정 시 운영비 및 관리비 등이 반영돼야 하나 시범사업이라는 특성상 해당 기간에는 이 부분을 시 예산으로 지원했다"며 "3월 이후 이용요금부터는 원래대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자녀 돌봄 시에도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므로 민간 돌봄·가사서비스 종합형(정규직 채용기준 2만500원 추정)보다 약 17.6% 저렴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는 1일 4시간 주 5일 이용가정을 기준으로 하면 이용 요금은 월 121만원에서 146만원으로 25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이용 가정의 부담 완화를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서울형 가사서비스'에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형 가사서비스는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임산부·맞벌이·다자녀 가정의 집안일을 무료로 도와주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이용 대상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에서 180% 이하로 완화됐다.
지원 기준에 해당하는 가정은 연 70만원의 바우처를 받아 이를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에 사용하면 된다. 시는 현재 가사관리 서비스 이용 가정의 50∼60%가 서울형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가사관리사들은 3월부터 원하는 숙소를 구해 생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역삼역 인근 공동숙소에서 생활했으나 요금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있어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했다.
기존 숙소를 그대로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가사관리사는 35명이며 이 경우 숙소비는 월 47만∼52만원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시범사업 기간에 이용가정과 가사관리사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정부 정책 방향과 발맞춰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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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보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2024.9.3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동부 역시 이용 가정의 만족도가 높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또한 한국에서 계속 근로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번 시범사업이 돌봄에 외국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측면에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업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업체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내야 할 수 있어 이용 가정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를 저렴하게 활용하겠다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박일훈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개인적으로 사람을 구하는 사적 고용은 근로자 방식이 아니니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어 대부분 지급하지 않을 테지만 E-9 비자로 근로자 신분을 갖춘 경우 이 정도 가격이 최소한"이라며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정부 자격증 보유 등 전문성이 있어 내국인 가사관리사와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돌봄비용에 대한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보완방안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돌봄인력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내국인 가사관리사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도 강화한다.
권창준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시범사업은 이 사업을 전체 돌봄 시장으로 확대할지, 적당한 사이즈에 맞는 '핀포인트' 정책으로 할지, 아예 하지 말아야 할지 탐색하는 과정"이라며 "본 사업의 경우 어떻게 할지 추가 논의 중이라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언급하기 어렵고, 결정되면 위원회를 열어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