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통일부 허희옥 전 기자실장 별세
기사 작성일 : 2025-02-17 12:00:06

대통령 표창받은 허희옥 전 통일부 실장


지난 2019년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워크숍'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허희옥 통일부 기자실장. [통일부 제공. 자료사진]

장용훈 기자=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는 일을 하다 보니 북쪽에서도 허 실장을 잘 알더라고요."

남북관계를 오래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가 전한 말처럼, 병마와 싸우다 17일 세상을 뜬 허희옥 전 통일부 기자실장은 통일부와 언론인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등 남북관계 업무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마당발'이다.

그는 1999년 차관급회담을 필두로 2000년 6·15정상회담 등 모든 남북정상회담을 알리는 일에 참여했고 200여 회에 이르는 남북대화·행사 운영에 관여했다.

심지어 북측 인사들이 기자들에게 그의 안부를 물을 정도였으니, 남북관계 현장에서 그의 위상을 알 수 있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평양 민족통일대회' 행사 때는 안면이 있던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는 덕담까지 들었다.

또 2007년 10·4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가 뜸해지면서 통일부 내에서도 회담을 경험한 직원 숫자가 줄어들면서는 회담 취재를 돕고 알리는 공보업무를 계획부터 실행까지 도맡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남북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허 전 실장으로부터 각종 보도자료뿐 아니라 관련 상황설명까지 '귀동냥'을 해야 할 정도였다.

허 전 실장은 1986년 통일부에 입부해, 1998년부터 작년 4월 건강 악화로 퇴직할 때까지 24년간 대변인실에서 출입기자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기자실장'으로 일했다.

통일부를 취재하는 기자가 출입증을 신청하며 제일 먼저 만나고, 다른 곳으로 출입처가 바뀌면 출입증을 반납하며 마지막으로 만나는 통일부 직원이 그였다.

넉넉한 체구만큼이나 성격이나 마음 씀씀이가 넉넉했던 허 전 실장은 남북회담이 열려 남북회담본부에 프레스센터가 설치되면 생중계를 담당하는 방송사 기술 직원과 운전기사의 간식이나 야식까지 챙길 정도였다.

허 전 실장은 재직기간 대통령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장관급 표창 5회 등 정책소통과 여성공무원 권익 향상 등 공로로 포상받았다. 빈소는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19일 8시 30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