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 안보우산 약화도 '발등의 불'
기사 작성일 : 2025-02-18 01:00:56

나토 연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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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안보 우산 약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유럽 내 미군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유럽으로선 안보 공백을 메우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재로 이날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주요국 긴급 정상 회동이 열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파리에 도착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물론 이것(회의)은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의제가 우크라이나 종전뿐 아니라 미국의 '변심'으로 급변한 유럽의 안보 환경에 대한 대책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급가속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여파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안보 전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미국에 동유럽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제한을 요구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이같은 요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잇달아 내놓은 메시지도 유럽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4일 폴란드 방문 중 '러시아와 협상의 하나로 동유럽 주둔 미군을 줄이거나 폴란드 내 상시 주둔을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선 (유럽) 대륙에서 미군 주둔은 견고하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다"라며 일단 안심시켰다.

그러면서도 "5, 10, 15년 이후 위협의 수준, 미군 재배치, 세계 각국의 수요,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의 (전력) 증강 역량은 더 광범위한 논의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동맹들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가 단호한 이유도 지금이 투자할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주둔이 영원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12∼13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억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유럽에 '안보 분업화'를 구축하자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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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글로벌 전력태세 평가'도 이미 예고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전에 왔던 많은 사람(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첫째,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해 아끼면서(sparingly)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내 주둔 미군 규모는 약 8만명 정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대비 약 25% 증가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나토 유럽 주요국들은 서둘러 해법을 논의 중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인 나토 방위비 지출 목표치가 3%는 훨씬 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시도될 전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압박하는 비율은 5%여서 유럽 각국의 경제적 사정상 난관이 예상된다.

미국의 군사 자산에 대한 의존을 줄인다면 유럽이 직접 더 많이 부담하는 쪽으로 방어계획을 수정하는 방안과 러시아 공격에 즉각 대응하는 나토 신속대응군 확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등 나토 유럽 주요국의 국방비와 병력 규모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대안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현재 나토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국방비를 모두 합쳐도 연간 4천600억 달러(약 664조원)로, 미국 국방비의 절반에 그친다.

이에 나토의 틀 안에서 유럽 국가들이 보다 연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나토 회원국의 한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섰으며 최근 방위비 증액에 속도를 낸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가 향후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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