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숲 가자지구…이스라엘 '가자 2035' 구상 재조명
기사 작성일 : 2025-02-18 19:00:56

"2035년 가자지구"


['위기에서 번영으로' PT.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 김동호 특파원 = 가자지구 전쟁 초기 이스라엘에서 제시됐던 가자지구 재건안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가자 구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18일(현지시간) 온라인에는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한 가자지구의 미래를 상상한 이미지들이 게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듯한 이미지 속에는 지중해변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현대식 철로 양옆으로 현대식 초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연상케 한다.


"2035년 가자지구"


['위기에서 번영으로' PT.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그림을 보면 가자지구 북부는 요트 마리나 시설을 갖춘 휴양지가 들어서고, 중부와 남부에는 석유 시추시설과 대형 항구가 건설된다는 구상이 담겼다.

이런 '유토피아'와 같은 모습은 지난 16개월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쑥대밭이 된 가자지구의 현 상황과 도무지 연결 짓기 힘들 정도다.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들 이미지는 전쟁 발발 약 두 달 뒤인 2023년 12월쯤 이스라엘 산업계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건의한 이른바 '가자 2035' 재건안 프리젠테이션(PT)에 담겼던 내용이다.

작년 5월 온라인에 공개된 이 PT 문서 첫 페이지에는 '위기에서 번영으로'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란의 전초기지'인 가자지구를 온건화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2035년 가자지구"


['위기에서 번영으로' PT.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계획에 따르면 먼저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사라진 안전지대가 조성된 다음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바레인, 요르단, 모로코 등 주변 아랍국가가 참여하는 기구 가자재건청(GRA)이 세워져 재건 과정을 감독하게 된다.

이어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주도한 유럽 재건 계획에서 따온 '마셜 플랜'을 가자지구에 적용해 외교, 안보, 경제 측면에서 안정과 발전을 꾀하게 된다.

보고서에는 가자지구에 전기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세우고, 자유무역지대를 설정해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건설을 추진하는 네옴시티와 개발을 연계하는 등 아이디어도 적혀 있다.

문서 끝부분에는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를 독립적으로 통치하고,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와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팔레스타인도 참여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와이넷은 이스라엘 총리실이 이 문서를 검토하기는 했지만 연립정부 내 강경파의 반대로 결국 수용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지난 16일 보도에서 "이 계획은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구상과 닮았다"며 "트럼프가 이 계획을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네타냐후 총리와 일했던 나다브 슈트라우클러는 이 신문에 "트럼프가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아마 이스라엘에서 온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쟁에 폐허 된 가자지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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