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식품 '수입 장벽' 높인다…"美관세 맞대응" 해석도
기사 작성일 : 2025-02-20 02:00:58

EU, 수입 농식품 규제 강화 추진


(브뤼셀 EPA= 라파엘레 피토 EU 결속·개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왼쪽)과 크리스토프 한센 농업·식품담당 집행위원이 19일(현지시간) 농식품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2025.2.19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수입 농식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표한 농업·농식품 정책 로드맵에서 "수입 제품에 적용되는 생산 기준의 보다 강력한 조정(alignment)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생산업자가 지켜야 하는 엄격한 생산기준 수준을 수입산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농약과 동물 복지에 관한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입 식품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올해 현행 규정 개정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영향 평가를 우선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한센 농업·식품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농민들은 작물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더는 그런 농약을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경쟁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불공정 경쟁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집행위는 EU 농식품에 대한 불공정 경쟁과 불법·일방적 행위의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일명 '통합안전망'(Unity Safety Net)도 개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강압에서 농식품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로드맵은 지난해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번진 농민 트랙터 시위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농민들은 수입 농식품 급증에 항의하며 트랙터를 몰고 도심을 점거했다.

지난해 12월 EU가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수입 농식품 제한이 현실화하면 주요 수출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센 집행위원은 "우리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건 무역 장벽이 아니다. 아마 일부 제3국은 그런 식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예고한 새 관세 정책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6일 집행위의 농식품 수입 제한 추진 시 EU에서 금지된 살충제로 재배된 미국산 대두 등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드맵에는 또 불필요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 EU 공동농업정책(CAP) 직불금 개정 등 농업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도 담겼다.

CAP 직불금의 경우 젊은 농민,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농가, 자연적 제약이 있는 지역내 토지 소유자 등 꼭 필요한 농가에 배분되도록 개혁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농장 규모에 따라 직불금이 지급돼 대규모 농가에 직불금이 집중된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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