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3년 키이우에서] 생사 가르는 공습 사이렌…생존법 배우는 시민들
기사 작성일 : 2025-02-20 09:01:00

응급 처치 기술과 대피 요령 교육받는 키이우 시민들


[테티아나 페소츠카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키이우= 신창용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선 19일(현지시간)에도 어김없이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오후 1시7분에 이어 밤 9시 41분께 또다시 경보가 발령됐다. 기자가 투숙한 키이우 시내 호텔에서는 그때마다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부터 만 3년째에 접어들며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사이렌 소리이지만 키이우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사를 가르는 경고음이다.

러시아의 미사일, 드론 공격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테티아나 페소츠카 씨는 키이우 시민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2022년 2월24일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의료 지원 부대에 자원한 그는 전투 부상자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민간인들에게 응급 처치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키이우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상으로 응급 처치 교육을 진행 중인 페소츠카 씨를 이날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교육일인 매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전장에서 부상한 군인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그는 "전선에서의 응급 처치 시스템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민간인들은 여전히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며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자원봉사 형태로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혈법 실습 장면


[테티아나 페소츠카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지혈법이다. 그는 "대부분의 민간인 사망자는 과다 출혈로 발생한다. 물론 전방의 군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지혈법을 제대로 익히면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심폐소생술(CPR)과 일반 외상 처치법을 교육하며,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 대처법도 가르친다. 그는 "심장마비 같은 응급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과열과 화상 등에 대한 응급처치법도 교육한다"며 "또한 미사일·드론 공격이 임박했을 때 대피 요령과 부상자를 돌보는 방법도 상세히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서 일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IT 분야로 전향한 그는, 의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 올해 의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그의 교육을 받은 민간인 수강생은 2천 명에 이른다.

페소츠카 씨는 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론만 듣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위기 상황이 닥치면 머리로 배운 것은 사라지고, 몸으로 익힌 것만 남습니다. 손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야 머리가 작동하죠."


테티아나 페소츠카 씨


(키이우= 신창용 특파원 = 테티아나 페소츠카 씨가 19일(현지시간) 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2.19

그의 교육을 받은 한 학생은 미사일 공격 당시 배운 대로 대처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는 "그 학생은 카페에 있다가 미사일이 떨어졌다. 교육에서 배운 대로 몸을 보호하는 법을 기억했고,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그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그 돈은 군대 지원이나 교육 장비 구입에 사용된다"며 "난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교육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르친 지식이 실제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그도 알 수 없다. 그는 "난 정치인이 아니라 깊이 분석할 수는 없지만,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이 해결되길 바란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버틸 것이다. 우리 군인들이 최선을 다해 전선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