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사팀 힘 실어준 김오수…'윗선' 기소로 논란 봉합
기사 작성일 : 2021-06-30 19:58:36

김오수 검찰총장이 30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사건의 '윗선' 기소를 전격 승인하면서 한 달여 이어진 '사건 뭉개기'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친정부 성향이란 지적을 받아온 김 총장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수용해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견이 있는 일부 혐의에 대해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하는 절충안으로 논란을 봉합했다는 평가다.

◇ 수사팀 기소 보고 한달여 만에 승인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함께 기소됐다.

수사팀이 이들에 대한 기소 의견을 지난달 20일께 대검찰청에 처음 보고한 지 한 달여만이다.

대검찰청은 수사팀 보고 이후 신임 총장 취임, 검찰 간부인사 등과 맞물리면서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검찰 수뇌부가 사건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7월 2일로 예정된 수사팀장 교체가 임박하면서 기소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김 총장에 대한 비판은 더 커졌다. 노정환 대전지검장과 수사팀은 이날 김 총장을 만나 기소 승인을 재차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총장이 수사팀장 교체를 만 하루 앞두고 기소를 승인하면서 논란은 일단 매듭을 짓게 됐다.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김 총장으로서는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배척할 뚜렷한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평가 자료 삭제에 관여한 공무원 3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의 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 없는 '통치행위'의 일부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북송금 사건 등도 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진 점에 비춰 기소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불법출금·기획사정 의혹 수사도 속도 낼까

검찰 간부인사를 둘러싼 논란 속에 떨어진 검찰 내부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수통' 김 총장이 수사팀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취임 초부터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김 총장의 계획된 '한 수'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선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며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부각해왔다.

이번 기소 결정이 김 총장이 내부 신망을 넓혀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김 총장은 수사팀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기소 판단은 일단 보류했다. 대신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백 전 장관에게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반대의견까지 고려한 절충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이목을 집중시킨 월선 원전 사건의 '윗선' 기소를 계기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등 막바지에 이른 다른 권력사건 수사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수원지검은 불법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이광철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출금 사건은 당시 대검 지휘부로 수사가 확대 중인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수사권 조율 문제도 엮여있어 당장 속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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