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자료사진]
차병섭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미국 정부가 예금주 보호 조치를 발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선 가운데, SVB에 돈을 맡긴 기업들도 초조함과 걱정 속에 주말을 보냈다.
하지만 당국의 대처로 13일(현지시간) SVB 고객들이 다시 계좌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트리밍 장비 업체 로쿠는 SVB 파산 당일인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보유 현금 19억 달러(약 2조4천억원) 가운데 인 4억8천700만 달러(약 6천억원)를 SVB에 맡긴 상태라고 밝혔다.
로쿠 측은 당시 "SVB 예금은 대체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험적용 대상이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예금 가운데 얼마나 복구 가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 가운데 시가총액 2위인 USDC를 발행하는 결제기술업체 서클도 10일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400억 달러(약 52조1천억원) 상당의 USDC 준비금 가운데 33억 달러(약 4조3천억원)가량을 SVB에 맡긴 상태라면서 "SVB가 계속 존속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클은 또 후속 게시물을 통해 현금으로 보유 중인 USDC 준비금의 25%를 6개 은행에 맡겼으며 그중 하나가 SVB라고 부연하는 한편, "서클과 USDC는 계속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SVB 파산 여파로 미국 달러 가치와 1대 1로 고정되도록 설계된 USDC 가치는 한때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10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말 기준 보유 현금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 가운데 5%가 SVB에 있다고 밝혔고, 온라인 쇼핑몰 엣시는 SVB 파산의 여파로 판매자들에 대한 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무너졌던 가상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도 SVB에 머니마켓펀드(MMF) 형태로 2억2천700만 달러(약 3천억원)를 맡긴 상태였다.
SVB가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객 가운데는 음료·장난감·미디어 관련 기업들도 있었다.
비상장 기업인 컴퍼스 커피는 SVB의 붕괴로 "(급여 지급에) 심각히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에서 (인출) 절차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현금 자산 대부분을 SVB에 맡겼던 장난감 판매점 캠프는 10일 SVB 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금 확보를 위해 온라인 판매가보다 40% 싸게 팔겠다는 '뱅크런(자금 대량 인출 사태) 판매' 광고를 올리기도 했다.
복스미디어는 "기술 업계만 SVB와 거래한 게 아니다"라면서 자신들도 SVB 폐쇄 전까지 거래해왔다고 말했고, SVB에서 발행한 회사 법인카드도 사용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버즈피드, 핀터레스트 등 다른 미디어 업체들도 SVB에 예금을 한 상태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알려진 것만 정보기술(IT)·생명과학 업체 16곳이 SVB 미국·영국 지점에 1억9천만 달러(약 2천억원) 상당을 예치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전날 SVB 파산 여파로 다른 은행들이 무너지고 기업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다만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살릴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주주 등은 제외하고 예금주들만 살리는 쪽으로 지원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13일 SVB 고객들의 계좌 접근이 다시 가능해졌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일부 고객은 SVB 웹사이트 접속에 애를 먹고 있지만, 접속 장애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계좌 접근이 허용되면서 많은 고객이 안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상화폐 투자펀드인 CMS 홀딩스의 공동창업자인 댄 머추셉스키는 이날 SVB에서 자신의 돈을 원활하게 인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일부가 아직 SVB의 계좌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소한 기술적인 문제 때문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자금 동결의 위험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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