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딸을 보낼 수는 없다"…식물인간 딸 둔 어머니의 눈물
기사 작성일 : 2024-09-11 16:00:34

증인석 (CG)


[TV 제공]

(전주= 정경재 기자 = "제 딸이 잘못되면 가해자는 살인자가 돼 지금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오늘 제가 죽더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1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0)씨의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B(20)씨의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그는 "제가 아닌 딸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저희 딸은 지금도 깨어나지 못하고 사지마비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누워 있다"며 "금방이라도 딸이 일어나 '엄마'하고 부를 것 같은데 아무리 기도해봐도 딸아이와 세상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제 살날이 3∼5년밖에 남지 않은 다 죽어가는 딸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미칠 것 같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이제 좋은 곳에 가서 힘껏 뛰어다니게 해주라'며 딸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딸을 보낼 수 없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의 하염없는 눈물에 방청석에 앉은 이들도 절로 숙연해졌다. 딸을 그리는 어머니의 입이 떨어질 때마다 자리에 앉은 여럿이 어깨를 파르르 떨며 흐느꼈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고 재판부는 "혹시 피해자 아버님께서도 하실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B씨의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제 딸은 언제 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식물인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는 20년 만에 다시 기저귀를 찬 제 딸 옆에서 매일 한 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인공호흡기 모니터를 바라본다"면서 "아무리 바라봐도 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딸이 행여나 들을까 봐 귀에 계속 '사랑한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는 "지난 1년 6개월간 가슴이 찢어지고 목메게 눈물을 흘렸지만, 딸아이가 겪고 있는 더 큰 고통에 누구에게도 이러한 일을 말하지 못했다"며 "밤마다 딸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꿈을 꾸며 울부짖다가 잠에서 깨 펑펑 울며 밤을 지새운 아비의 고통을 피고인에 대한 엄벌로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딸을 옆에서 돌보는 아버지의 참담한 사연에 법정 안 공기도 무겁게 짓눌렸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울먹이면서 단란했던 한 가정을 무참히 깨뜨린 피고인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이 끝나고 채 눈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로 법정을 나온 피해자 측 변호인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던 피고인은 중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 상태가 되고 나서야 피해자에게 합의를 제안했다"며 "부모님은 딸의 모습을 하루라도 더 보려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2월 6일 중학교 동창 여럿과 함께 부산으로 놀러간 A씨는 한 숙박업소에서 동창인 B씨를 폭행하고 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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