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글 계속되는데…'공중협박죄' 입법 논의는 감감무소식
기사 작성일 : 2024-09-28 09:01:16

(수원= 권준우 기자 =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살인예고글'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처벌 강화를 위한 입법 논의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순찰 강화된 야탑역


[촬영 홍기원]

지난해 7월 잇단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를 모방한 듯한 온라인 살인예고글이 줄을 잇자 엄벌 필요성이 대두되며 정부와 국회에서 '공중협박죄' 신설이 추진됐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탓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중협박죄 신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제21대 국회 당시인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같은 시기 법무부도 살인예고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살인예고글 작성자에게는 협박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살인예비죄 등의 적용이 검토된다.

그러나 해당 법규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예고가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컨대 협박죄와 살인예비죄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성립할 수 있어 살인예고글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 특히 살인예비죄는 범행 의도로 흉기를 구비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 정황까지 있어야 하므로 더욱 까다롭다.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살인예고글 사건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마땅히 처벌할 법규가 없기 때문에 경찰 및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부분을 문제 삼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공중협박죄의 경우 입법 취지 자체가 살인예고글 작성자를 엄벌하는 데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직관적이다.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같지만, 살인 예고로 인한 행정적 피해뿐 아니라 국민 불안을 야기한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중협박죄 신설 법안은 지난 5월 29일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그리고 제22대 국회가 문을 연 석 달여 동안 관련법 재발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탑역 배치된 경찰특공대


[촬영 홍기원]

이러한 '입법 논의' 중단 속에서 살인예고글 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내용의 예고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게시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지난 19일부터 매일 현장에 수십명의 경비 인력을 투입하고, 범행 예고일인 지난 23일에는 경찰 기동순찰대와 자율방범대, 해병대전우회 등 120여 명과 장갑차까지 투입해 집중 순찰을 벌였다.

지난 20일에는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시돼 경찰이 일대 순찰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강원대학교 축제 기간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SNS에 올린 20대 대학생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재미 삼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인예고글이 주는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선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살인예고글은 작성 자체가 너무나 손쉬운 것에 비해 야기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며 "관련 입법을 통해 이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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