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방울 나온 경주 금령총 주인은…"금관총 '이사지왕' 아들"
기사 작성일 : 2024-10-24 16:01:18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1924년 5월 고고학자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를 중심으로 한 조사단은 경주 노동동 일대에서 작업에 나섰다.

조선총독부 촉탁이었던 그가 발굴할 대상은 작은 규모의 무덤.

조사에 나선 지 10여 일이 지난 5월 22일에 무덤 주인이 누워 있는 관에서 금빛 유물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망자의 허리춤에 있었던 황금 방울도 있었다.

훗날 무덤 이름이 된 금령(金鈴)이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방울 주인은 누구였을까.


경주 금령총 발굴 전 모습을 담은 유리건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경주박물관 이현태 학예연구사는 "금령총의 주인은 '이사지왕'(尒斯智王)이 새겨진 큰 칼이 나와 주목받은 금관총의 주인, 즉 이사지왕의 아들"이라고 24일 추정했다.

이 연구사는 금령총 발굴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금령총의 주인공과 그의 시대' 학술 심포지엄에 앞서 공개한 발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금령총에 묻힌 피장자는 어린아이였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무덤에서는 금관과 발찌, 팔찌, 반지, 허리띠 등 다양한 장신구와 껴묻거리가 나왔는데 다른 유물과 비교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관 자체도 길이가 1.5m 정도로 작다.


발굴 당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구사는 무덤 주인을 알기 위해서는 인근 봉황대와 금관총도 같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황대는 아래 둘레가 250m에 달하는 대형 무덤으로 신라의 돌무지덧널무덤 즉,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신라 금관이 나온 금관총은 1921년 가옥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무덤으로, 출토된 유물에서 '이사지왕'과 '이사지왕도'라는 명문이 확인된 바 있다.

이 연구사는 "금령총의 주인공은 자비왕(재위 458∼479) 또는 소지왕(재위 479∼500)의 능으로 여겨지는 봉황대 바로 곁에 6세기 초에 묻혔으며 6세 이하의 남아"라고 설명했다.


'금령총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삼국사기' 기록, 신라의 왕위 계승 등을 토대로 "봉황대의 주인공은 자비왕이고, 금관총의 주인공은 자비왕의 아들이자 소지왕의 동생인 이사지왕"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봉황대와 금관총, 금령총은 봉분(封墳·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부분)이 거의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접 거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사는 또 "금령총을 축조할 때 순장이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축조 시점을 502년 2월 순장 금지 조처가 내려지기 이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령총 출토 황금 방울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구사는 금령총의 주인공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았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금령총의 주인공이 갑자기 어린 나이로 죽어 제22대 지증왕(재위 500∼514)이 64세라는 고령에 갈문왕이라는 특이한 지위로 즉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학술 행사에서는 금령총의 구조 및 매장 과정, 무덤에서 출토된 상형 토기의 의미 등을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다. 1924년 금령총 발굴이 한일 고고학계에 끼친 영향도 논의할 예정이다.

요시이 히데오(吉井秀夫) 일본 교토대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금령총을 비롯해 경주 지역의 대형 무덤을 발굴한 경험이 일본 고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금령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발표문에서 "금관총, 금령총, 식리총에서 발굴된 유물은 일본 열도 각지의 고분에서 발견된 금속제 장신구 등의 기원지 및 제작 연대를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1920년대 발굴 조사부터 보고까지 완결한 대표 유적으로 금령총을 꼽으며 "경주 지역의 신라 능묘 발굴에서 기준을 제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술 행사는 30일 국립경주박물관 강당에서 열린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행사 안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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