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째 금기 '장거리 미사일' 족쇄 해제…러-우크라 핑퐁 예고
기사 작성일 : 2024-11-22 13:00:58

러시아 공격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주정부 제공. UPI . 재판매 및 DB 금지]

이신영 기자 = 1천일을 넘겨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그간 금기였던 중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다시한번 확전 기로에 섰다.

우크라이나가 연이틀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타격하자 러시아도 곧장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맞대응하고 나서면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처음으로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데 이어 앞으로도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그간 러시아 점령지에도 장거리 미사일을 여러 차례 사용해왔지만, 푸틴은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을 때만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티크히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 영토 내의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온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으로도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국제법에 따라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타격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쟁이 발발한 지 1천여일 만이다.

그간에는 러시아와 확전을 우려한 서방이 본토 공격용으로는 쓸 수 없도록 '족쇄'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서방을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북한군 파병 대응을 이유로 들며 이를 허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이틀 뒤인 19일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의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6기를 러시아를 향해 발사했다.

이어 20일에도 영국산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는 곧장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를 날려보내며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는 21일 이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타격해 부상자 3명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적대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신형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서방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미사일이 ICBM(사거리 5천500㎞ 이상)보다는 사거리가 짧은 IRBM(3천∼5천50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오레시니크에 대해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 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며 서방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AFP 통신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신형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도 짚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오는 23일까지 영공 일부를 폐쇄하며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엑스를 통해 러시아가 22∼23일 미사일 시험을 위해 일부 영공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포스트는 앞서 러시아가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졌었다며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로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양측이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전쟁의 양상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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