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중심 韓교육 딜레마…'IB교육 선도' 경북대사대부고 가보니
기사 작성일 : 2024-11-24 10:00:36

지식이론 수업 중인 경북대사대부고의 한 교실


경북대사대부고 제공

(대구= 고상민 기자 = "지식은 어떤 점에서 지도와 유사할까"

지난 19일 오후 대구에 있는 한 고교 교실에서 이른바 지식이론(TOK) 수업이 한창이었다. 4명씩 짝지어 앉은 5개 그룹의 고2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이 던져지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한계가 존재해요", "그 시대의 권력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같을 것 같아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유사해요".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애당초 '정답'이 없는 질문이어서다.

같은 시각 바로 밑 2층 교실은 수학 수업 중이었다.

"함수 k(t)는 소스 공장에서 어떤 날에 t 시간까지 생산한 케첩의 양(㎏)을 나타냅니다. (특정 수식을 보여준 뒤) 해당 함수는 무엇을 나타내나요"

학생들 눈이 동그래졌다. 미적분 개념을 일상생활에 접목한 문제였다. 정답 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학생들이 해답에 다다르는 과정에 주목했다.

2학년생인 박지현 양은 "중학교 땐 뭔가를 배울 때 단순히 암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IB 수업에선 개념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는 습성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 중인 경북대사대부고 IB 과정 학생들


경북대사대부고 제공

일반적인 고교 교실 풍경과 거리가 먼 이곳은 경북대사범대부설고등학교다.

이 고교는 2021년 국제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공교육 최초 사례였다. 1기 졸업생도 배출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통상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체계로 불린다.

IB 학교 단계는 기초학교, 관심학교, 후보학교, 인증학교(월드스쿨)로 구성된다. 경북대사대부고가 속한 인증학교는 IB 본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학교로, 5년 주기로 재인증 심사를 받는다. 나머지 단계 학교들은 사실상 '시범 학교'로 보면 된다.

IB 교육은 지식이론(TOK), 소논문(EE), 창의·활동·봉사(CAS) 등 3가지 핵심 요소를 축으로 한다. 모든 평가는 서술, 논술, 구술평가로만 진행된다.

조종기 경북대사대부고 교장은 "IB 과정은 모두 절대평가다. 그래서 학생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교감은 "IB에서는 모든 개념을 삶의 맥락 속에서 탐구한다. 학생들은 수수께끼처럼 꼬아놓은 문제 풀이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맨왼쪽)


경북대사대부고 제공

경북대사대부고 학생들이 모두 IB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2개 학급(남녀합반) 50명만 모집하며, 선발이 아닌 추첨 방식이다. 여태 미달돼다 올해 처음으로 신청 인원이 더 많았다고 한다.

IB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선진 교육시스템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주저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현행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아무래도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정규 교과과정에 기반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 입시 체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경북대사대부고 IB 1기 졸업생 가운데 수능 점수에 해당하는 'IB DP(디플로마)' 점수를 초고득점인 42점을 받고도 국내 대학 진학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 학생은 세계 대학 순위 20위권인 캐나다 토론토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구교육청이 공개적으로 IB를 홍보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미래교육 방향이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건 대학에서 IB 졸업생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쿼터를 IB 졸업생에게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은 현재 IB 전담지원관을 두고 IB 수업만으로 진학이 가능한 전국 대학의 과별 인원까지 분석하고 있다"며 "(IB 졸업생들의 수시모집 합격을 위해) 대학별 수능최저기준 충족을 맞추는 전략도 짜는 등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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